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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테러참사가 할리우드에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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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저예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한 것 같아요. 어쩌면 폭탄사고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방이 온통 연기예요. 사랑해요".

어느 시인은 '아내가 예뻐 보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지만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에 눈시울이 뜨거웠던 지난 한 주였다. 미국테러 참사는 인간본성의 잔인함, 파괴성과 함께 사랑이 인간본성의 일부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장사진을 이룬 헌혈 행렬과 사고 비행기 승객들의 통화내용이 그랬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하나는 현실에 대한 왜곡과 분칠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다루지 않는다. 대신 모조세계로치장하여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다음은 폭력에 대한 면역성이다. '다이하드'에서 비행기 폭파 등으로 무려 100여명이 넘는 인원을 몰살시키고 '아마겟돈'에서 손쉽게 자행되는 인명살상을 보여줌으로써 폭력에 대한 면역성을 전파시킨다. 그러나 이제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들은 110층짜리 빌딩이 맥없이 무너지는 장면을 수없이 되풀이하여 보아온 관객에게 더 이상 실존적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이보다 더한스펙터클한 시각 영상을 제공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결과 지금까지 할리우드영화의 주요 장르이던 블록버스터나 정치스릴러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테러참사이후, 오직 상업적 논리만 내세우던 미국의 황색저널리즘이 공익성을 강조하고 폭력과 섹스를 최대의 볼거리인 것처럼 앞세우던 할리우드 영화는 이들영화의 배급을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초창기부터 비행전투장면을 영화소재로 즐겨 사용했던 할리우드 영화는 지난 십여년간은 아랍테러리스트를 가상의 적으로 삼고,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뉴욕 맨해튼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특수효과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대형 건물 폭파로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런 영향 탓인지 지난86년에 발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끔찍한 공중폭발이 10대들에게는 단지 오락게임의 한 유형으로 받아들여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테러참사는 허구를 넘어선다. 테러범들의 악행은 영화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파괴나 악(惡)은 당분간은 영화소재가 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 결과 선(善)이 강조되면서 모방심리에 의해 관객이 이를 모방한다. 그리고 곧 자멸할 것 같던 인류는 구원받는다. 가능한 각본 같지 않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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