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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일 '세계문화상'선정 재불화가 이우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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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구 시공갤러리 디렉터 이태(51)씨는 파리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65)씨의 다소 들뜬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일본미술협회가 나를 세계문화상 회화부문 수상자라고 공식 발표했어…. 전세계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난리야…"

그러나 이틀전 발생한 미국 국제무역센터 테러로 인해 이씨의 수상소식은 방송에 아예 나오지도 않는 등 주요 뉴스로 부각되지 못했다. 그가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 등과 나란히 '예술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큰 상을 받게 됐지만, 전대미문의 사건에 밀려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그는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상 받는다고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며 "상금(1억5천만원)은 잘 쓰겠지만 그림 그리는데 귀찮을 뿐이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이 좀 지나 무감각해진 것인가. 아니면 언론의 무관심에 화가 난 것일까.

그는 "나이도 있는 만큼 '조응(Correspondence)'시리즈를 정리하는 작업에 매달린다"면서 "색을 조금씩 바꿔보기도 하고, (붓질이) 점점 더 철저해지고 더 튼튼해지고 있다"고 최근 동향을 전했다.

조응시리즈는 거대한 흰 캔버스 위에 단 하나의 붓질만 남아있는 형태다. 그가 이제까지 설파해온 '여백의 미학'이다. 그는 오랜 명상시간을 가진후 캔버스에 큰 붓으로 짧고 강하게 터치하고, 그위에 2,3차례 붓질을 한다. 얼핏 문인화의 일필휘지나 무사의 단칼 승부가 연상될 수 있는 장면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단순한 화면인데도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에 대한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여백에 대한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다.

"아이들도 그릴수 있겠다고 농담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몇번 붓질을 하고 나면 탈진상태에 이를 정도로 정신집중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의 작품은 유럽 현대미술계에서 톱클래스 대접을 받아왔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명성에 걸맞은대우를 받지 못했다. 150호 크기가 6천만원정도에 거래될 정도로 작품가격도 국내 최고작가들에 비해 높지않은 편이다. 국내에는 '여백의 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오히려 70,80년대에 그렸던 '점(點)' '선(線)' '바람'시리즈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을 꺼내며 한국 미술계의 풍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국 화단으로부터 '빨갱이'니 '일본놈'이니 하는 비난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서울대 미대 1학년때 일본으로 건너가 군복무를 안했다는 것 뿐인데…기가 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인이라고,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고 괄시받은 것이 오히려 자신과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시상식 후에도 한국에 소문없이 조용히 왔다갔다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구와 인연이 깊다. "경주와 가깝기 때문인지 대구는 문화적 향기가 있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하는 그는 96년과 지난해 시공갤러리에서 두차례 전시회를 연바 있다. 이때문에 시공갤러리는 판화를 포함해 1백점 가까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갤러리가 올 11월쯤 '이우환 세계문화상 수상기념 개인전'과 특별강연회를 열 계획이어서, 대구에서 곧 그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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