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제혼선, 이러니 욕먹지

요즘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혼란스럽다. 신규 정책이 발표되고 있으나 '남발' 성격이 짙고 그나마 부처간 목소리가 서로 달라 '표류' 하고 있으니 경제 살리기 위한 기본 철학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 특히 세계경기 침체에다 미국의 아프간 공습으로 경제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정책이 떠돌고 있다는 것은 자칫 투약시기를 놓쳐 약효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미국의 보복 공습 직후 나온 재벌규제완화 방안은 '투자심리 회복이 우선'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11일 경제장관회담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 차이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은 경제정책의 근간(根幹)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강조해온 규제완화라는 '일반론'은 퇴색하고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다시 득세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우리나라의 2%대 성장은 기정사실화됐고 일본마저 16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기업규제의 범위를 놓고 시간 낭비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손실이다. 수출과 투자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방침이 정해졌으면 규제는 최대한 풀어야한다. 정부는 이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줄 때이지 힘겨루기 할 때가 아니다.

특히 재경부가 금감원과 사전 협의 없이 금감원 고유업무인 주식의 공시.상장.매매 관련 규정 승인권을 이관하겠다고 법개정안을 내놓아 두 부서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부처간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해프닝이다. 말로만 '경제 우선'이지 뒤로는 이권 챙기기에 급급한 행정 관행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국민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나온 '국민주식저축'제도는 더욱 당황스럽다.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시장에 정부가 개입,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발상은 증권시장(투자)과 은행(저축)을 혼동한 처사가 아닌가. 이 정권의 통치 철학인 '시장경제'는 실종됐는가.경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정권 후반기에는 이같은 정책 누수현상이 없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재무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최근 '국민체감지표 동아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도 별로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일관성있는 정책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정책 수립은 그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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