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미국)의 '재즈'(들녘·김선형 옮김)는 그의 대표 3부작 가운데 하나다.
1920년대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흑인 하층민 사회에서 벌어지는 삶과 사랑, 욕망과 상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정형을 거부하는 즉흥과 자유로 대변되는 재즈 음악의 성향과 닮은 꼴이다.
조는 딸 같은 소녀 도카스를 열렬히 사랑하는데, 그녀의 이별선언에 그만 이성을 잃고 총으로 쏴 숨지게 한다. 조의 아내 바이올렛은 소녀에 대한 증오로 불타오르고 소녀의 장례식에서 시신의 얼굴을 칼로 긋는 난동을 부리지만 방황을 계속하는 남편을 보고 도카스의 존재를 알고자 노력하게 된다.
"리듬감 넘치고 맛깔나는 화려한 언어의 향연 속에서 명멸하는 등장 인물의 삶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럽고 아름답고 희열에 넘친 순간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마치 재즈를 감상하는 듯 읽을 수 있다. 글로써 재즈를 연주하려는 저자의 야심이 낳은 결실이다"(역자).
◈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21세기를 맞아 제정한 새로운 문학상인 '제1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박완서의 단편소설 '그리움을 위하여'와 시인 정현종의 시 '견딜 수 없네' 그리고 최종 후보작품들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박완서의 단편 '그리움을 위하여'는 무엇보다 '서사가 살아 있다'는 점이 미덕이다. 서사의 죽음을 촉진하는 조건들이 가득한 최근의 작단 경향을 거슬러 작가는 경험을 공유하고 지혜를 나누는 이야기의 본성에 충실하다.
정현종 시인의 '견딜 수 없네'의 탁월함은 슬픔과 즐거움의 앰비밸런스(양가성)를 융합시키면서 그것을 노래로 읊조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대상과 표현 사이를 직접적으로 오고가는 단순성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도저한 시의 주관성은 때로 뒤집기를 거듭하면서 때로는 그 스스로를 풀어버리면서 탄력적인 역동성을 얻어간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슬픔이 비관 대신 흥겨움으로 변하는 것은 시의 가장 바람직한 초월이 아닌가.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영혼의 물고기(김유정 지음, 황금가지 펴냄)=지난해 제1회 황금드래곤문학상을 받은 팬터지소설. 영혼도 없이 신에 의해 빚어진 인형에 불과한 인간, 그들이 금지된 물의 진실을 찾아 여행하는 과정에서 알아 가는 죽음과 영혼의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전5권. 각권 310쪽 내외. 각권 7천500원.
▲붉은 밭(최정례 지음, 창작과 비평사 펴냄)=일상의 아픔과 거짓, 위선 등을 정직하게 투시하는 시어가 돋보인다. 119쪽. 5천원.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이면우 지음, 창작과비평사 펴냄)=서민들의 고단하고 진실된 삶을 따뜻하고 맑은 눈으로 들여다본 시 세계. 96쪽. 5천원.
▲제비꽃 여인숙(이정록 지음, 민음사 펴냄)=작고 여린 존재들을 섬세한 눈길로 관찰하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잠언을 이끌어낸다. 112쪽. 5천500원.
▲숨은 손가락(이청준 문학전집 제9권, 열림원 펴냄)=민족통일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지닌 중·단편 7편을 실었다. 수난자보다는 고통스런 가해자의 의식 속에서 통일의 길을모색한다. 288쪽. 8천500원.
▲환상성-전복의 문학(로즈메리 잭슨 지음, 서강여성문학연구회 엮음, 문학동네 펴냄)=본격적인 환상문학 연구서. 환상문학의 위상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그것의 문학사적 가치는 물론 정치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분석한다. 272쪽. 1만2천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문형배 탄핵안 발의, 국회 심사 시작됐다 [영상]
[단독] 문형배 家 미묘한 증여…헌재 "청문회도 아닌데"
[시대의 창-김노주] 영국 '타임스'가 본 2·28민주운동
김현태 707단장 "내 임무는 국회 봉쇄, 진입 의사 없었다"
[야고부-조두진] 접힌 자국 없는 투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