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는 경기불황. 대다수 기업들은 올 가을에도 구인게시판을 내걸지 않는다가뭄에 콩나듯 들려오는 구인소식도 '신입'직원이 설 자리는 많지 않다. 즉시 일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평생직장도 사라졌다. 성과급 연봉제에다 툭하면 정리해고 얘기가 나온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직업은 없을까. 많은 구직자들이 '공무원 응시'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학도서관 열람실에는 전공서적대신 공무원 수험대비서가 자리를 꿰찼고 관련학원에도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공무원직'이 바야흐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실태
채용정보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가 지난 8월부터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천48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천365명(52.7%)이 '공무원이 가장 안정적인 최고의 직업'이라고 꼽았다.
특히 신입직의 경우, 공무원 선호도가 더 높아 신규졸업자 2천813명 가운데 57.9%인 1천631명이 공무원직을 최고의 직업으로 선택했다.
때문에 공무원 임용시험경쟁률은 갈수록 불꽃을 튀기고 있다. 대구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우, 올 해 105명 모집에 5천103명이 응시해 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해 경쟁률은 지난 99년 경쟁률 9대1(8명 모집에 70명 지원), 지난 해 11대1(22명 모집 253명 지원)에 비해 크게 뛰어오른 것.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대학생 이모(21·여·ㄱ대 인문계열 3년)씨는 "요즘 기업들은 지방대생에 대한 차별이 심해 실력을 갖추고도 이른바 '간판'때문에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은 여학생들과 지방대생들이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합격자는 대다수가 대졸이상이다. 올 해 대구시 지방공무원 시험 합격자 104명 가운데 고졸학력자는 단 1명뿐. 대졸이상이 95%를 넘는 98명이었고 초대졸학력 소유자가 5명이었다.
지난 99년과 지난 해에는 합격자 전원이 대졸이상이었다. 고학력자가 몰리면서 합격선이 갈수록 상승, 과목당 1∼2문제의 실수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과목당 2문제 이상 헛짚으면 '낙방'의 고배를 들어야한다.
공무원 열풍은 외국에서도 불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 해 중국의 중앙·지방 공무원 공개선발시험에 130여만명의 지원자가 몰려 1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장점
임용과정에서 학력·경력·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시험점수로만 승부한다.
급여도 괜찮은 편. 9급 지방공무원 임용 첫해 평균급여는 100만7천원정도. 7년정도 공무원 생활을 한 8급은 151만4천원, 12년가량 근무한 7급 공무원은 200만9천원가량을 받는다. 수당명목이 다양해 실제 수령액은 이보다 약간 더 많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봉급은 민간 기업수준에 거의 육박한반면 고위직으로 갈수록 낮다는 평가. 중앙인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8, 9급의 경우, 민간기업대비 98.6%까지 올라갔지만 6, 7급은 89.2%, 4, 5급은 83.1%, 2, 3급은 73.2%.
이 때문에 정부는 공무원 봉급을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해 공무원 임금을 총액 대비 9.7%인상한데 이어 올해에는 당초 인상률 6.7%에다 다음달 봉급조정수당 지급을 통해 모두 7.9%를 인상한다.
정부는 내년에도 민간기업수준 96%수준이 안되면 봉급조정수당을 또 지급할 방침이다.
공무원들은 금융권에서 의사나 변호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공무원들이 대출서비스를 받으려고하면 최저금리에다 무보증대출도 가능하다.
◇단점
많은 구직자들이 공무원을 꿈꾸지만 이 직업의 '아픔'도 적지 않다. 공직생활에 들어선 사람들이 가장 실망하는 것은 단연 '승진'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달 국회 행자위 민봉기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부 각 부처에서 공무원의 승진 소요기간을 분석한 결과, 9급공무원에서 시작, 평균적인 소요연수에 따라 승진한다고 가정했을 때 1급까지 이르는데는 무려 53.2년이 걸렸다.
일반직 공무원이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9.38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6급에서 4급까지 승진하는데는 평균 19.01년이나 걸린다는 것. 더욱이 최근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인해 승진은 더욱 험난한 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이뤄진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편한 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은 일반 행정기관 공무원보다 격무강도가 더욱 크다.
올 해 10년째 공무원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행정직 공무원은 "최근 능력을 갖춘 고학력자들의 공직유입이 늘고 있지만 고학력자들이 공직을 통해 자기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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