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고향' 이후 1970년대를 풍미했으며 최근 MBC 경제사극 '상도(商道)'의 원작소설 작가로 주목을 끌고있는 소설가 최인호(56)씨가 23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 천주교 월성교회에서 문학강연을 한다.
작가가 대구에서 가지는 문학강연회는 처음으로 천주교 신자들과 일반 독자들에게 자신의 문학과 삶 그리고 종교적 성찰 등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최근들어 특히 역사소설에 천착하고 있다. TV 사극으로 더 유명해진 '상도'가 그렇고, '길 없는 길'이후 오랜만에 일간지에 연재 중인 '해신'이 그렇다. 내후년부터 시작할 예정인 예수의 발자취에 대한 작품과 그리스 신화 및 철학에 대한 소설도 같은 맥락이다.
'상도'에 이은 역사소설 '해신(海神)'은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張保皐)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무적선단을 이끌고 당나라와 신라·일본을 잇는 바다를 거느렸던 해상왕(海上王).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상인들과도 교역했던 국제 무역왕.작가가 새삼 장보고를 '바다의 신'이라 부르며 역사의 수면위로 떠올린 것은 무슨 까닭일까. 작가는 그 이유를 "우리 젊은이들에게 진취적인 기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장보고를 잃은 것은 곧 바다를 잃어버린 것이며, 이로인해 우리가 세계인에서 소국인으로 전락한 결과를 낳았다는게 작가의 안타까움이다. 그래서 좁은 내륙에 갇혀 예나 지금이나 아등바등 서로 싸움질이나 해온 우리에게 '해신'이 던지는 메시지는 장대하다. 독자들과 함께 한국판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떠나고 싶은 것이다.
"대구와 경주는 장보고의 고국인 신라 천년의 고향이지요. 그런데 대구가 가지고 있던 신라적 향기와 향토적 색채가 바래지고 있는게 안타까워요". 작가는 대구·경북의 독자들이 역사의 향기에 더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조선 순조 때의 거상(巨商) 임상옥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 '상도'에서도 작가는 그런 큰 메시지를 던졌다. 인본주의와 정도(正道)경영. 그가 이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소인은 장사를 통해 이윤을 남기지만, 대인은 무역을 통해 사람을 남긴다". 소설속 주인공 임상옥의 이 한마디는 작가가 추구하는 상도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국내 CEO들이 가장 애독하는 '상도의 경영학'으로 부상할만 하다.
게다가 세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는 솥을 보며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물은 한사람이 모두 가질 수가 없다"라고 설파한 것은 오늘 우리 정치판과 경제계에 던지는 죽비와도 같다. 정도 경영을 고집하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으로 떠난 거상의 삶이 두고두고 가슴에 와닿는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해방둥이 소설가 최인호. 중진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이제 문학적 향기가 저절로 스미는 그런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한다. 문학이 어차피 인간에 대한 끝없는 탐구이듯 그의 인간 존재론에 대한 추구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어릴때의 꿈인 문학인생을 지속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작가는 늘 신에게 감사드린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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