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5시쯤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앞. 경산.고산방향에서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범물동쪽으로 가는 차량 30여대가 폭 3m의 농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 곳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삼덕동 주민들이 이용하는 경운기 길. 하지만 범안로(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가 유료화한 후 500~700원의 통행료를 안내려는 얌체자가용들이 이 마을길로 몰리고 있다.
시민 김모(35.여)씨는 "통행료를 안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고 가끔 이용한다. 주민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대구시가 민자유치로 건설해 유료화한지 한달째인 범안로. 대구시내에서 경산방면을 오가는 차량들 가운데 통행료를 내지않으려고 주변농로를 이용하는 '얌체족'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왕복 8차로인 범안로를 놔두고 비좁은 마을길을 달리는 차량은 하루 300~400여대. 특히 출.퇴근시간에는 시속 50~60km의 속도로 꼬리를 무는 차량들 때문에 주민들이 바깥 출입을 꺼릴 정도라는 것.
게다가 바로 마을 앞을 지나는 차량들의 소음.매연피해가 막심할 뿐더러 함부로 내던지는 쓰레기도 적지않다는 것이다.
주민 김교안(76)씨는 "바쁜 농사철에 경운기를 못몰고 다닐 판"이라며 "조용하던 마을이 갑자기 시끌럽고 불안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수성구청과 범안로 관리를 맡고 있는 동부순환도로㈜측도 최근 공동 대책회의를 여는 등 얌체족들을 막을 방안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농로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주민에게만 열쇠나 통행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법적으로 통행을 제한할 근거가 없어 고민"이라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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