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이 어려웠다지만,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평소 모의고사나 기대했던 점수에 훨씬 못미친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지원 전략을 짜고 전형일까지 남은 기간에 착실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올해 입시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변수를 짚어보고 그에 따른 지원 전략을 짜 보자.
▨고려해야 할 변수
▲높아진 수능 영향력=난이도가 높아지면 실력에 따른 수험생들의 점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학 입시는 수능 점수를 비롯한 여러 전형 요소로 수험생들을 줄세운 뒤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수능 점수에서 차이가 커지면 그만큼 당락에 미치는 비중도 커진다.
더욱이 올해는 수능 총점을 활용하지 않고 일부 영역만 반영하거나 영역별로 가중치를 두는 대학이 많아 수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48개 대학이 5개 영역 가운데 3, 4개 영역 성적만 반영한다. 연세대, 고려대 등 47개 대학이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주므로 대학·학과별 수능 활용 방법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줄어든 지원 기회=우선 지원군 자체가 작년 4개에서 3개로 줄었다. 복수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한번 준 셈. 여기에 비슷한 점수대의 수험생이 지원하는 대학들이 같은 군에 몰려 있어 사실상 지원 기회는 한두 차례에 그칠 수도 있다.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가'군 내 대학 선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군에는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이 있다. '나'군을 찾아보면 서울대와 서강대, 한국외대 등 몇 학교가 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지역 수험생들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가'군에 경북대와 대구가톨릭대가 있지만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등은 '나'군에 몰렸다. 대학과 학과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결국 자신의 희망이나 적성에 맞는 학과들 가운데 점수대에 맞는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으므로 지원 전략 세우기도 그만큼 어렵게 됐다.
▲계열 교차지원 증가=올해 수능 응시자 수를 살펴보면 교차지원이 어느 정도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인문계가 전체 응시자의 56.4%인 41만6천여명인 데 비해 자연계는 16.7%인 19만8천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예·체능계열. 작년에 인문 대 자연이 55.1% 대 29.4%였던 것에 비춰보면 자연계 수험생의 상당수가 인문계나 예체능계 수능시험에 응시했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자연계 수험생은 인문계로 지원하면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인문계 수험생은 가급적 자연계로 지원하지 않는 편이 좋다. 올해는 160여개 대학이 교차지원을 허용하며 한의예, 의예, 약학계 72개 대학 중 40개가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논술·면접 비중 감소=수능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수능 자체에 변별력이 생기고 이같은 현상은 상위권에서 하위권보다 두드러진다.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 대부분이 중·상위권 대학이기 때문.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은 서울대 외에는 거의 없고, 여기서도 면접의 비중은 그만큼 약해진다. 따라서 수능 성적에서 다소 부족한 것을 논술이나 면접에서 만회하겠다고 상향 지원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지원 및 대비 전략
▲대학별 전형 요강을 숙지하라=올해 정시모집 전형 요강은 작년보다 더 복잡해졌다. 아는 만큼 길이 보인다는 속설까지 나올 정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이나 장래 희망, 주위의 기대 등을 고려해 지원할 대학을 3, 4개로 압축하는 것이다. 그 후 대학별 전형 요강을 세밀히 살펴 어떤 대학·학과가 내게 유리한지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수능 총점으로 견주어 지원하기 다소 힘겨운 대학이라도 영역별 가중치나 일부 영역 반영 등 대학 자체의 수능 활용 방법이 독특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에 학생부 교과·비교과 영역, 논술, 면접 등 다른 전형 요소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까지를 확인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교를 적극 활용하라=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는 수능 성적상의 계열별 석차나 점수대별·영역별 인원수 등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수험생 중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는 길이 없어진다. 입시 전문기관에서 제시하는 배치 기준표도 근거 되는 중요한 통계가 빠진 만큼 신뢰도가 떨어진다. 수험생들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
이 때는 자신의 학교와 급우들이 그래도 믿고 견줘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특히 다른 학교나 입시 전문기관 등의 정보를 갖고 있는 담임 또는 진학지도 교사와의 상담은 필수적이다. 각종 언론기관이나 매체 등에서 쏟아지는 이런저런 정보에 흔들리지 말고 전형일까지 학교에 나가면서 대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군'별 지원 전략을 세워라=지원 기회는 많아야 세번이다. 중·상위권의 경우에는 그나마 '가'군과 '나'군에 대학이 몰려 있으므로 사실상 지원 기회는 두번이다한 곳은 소신 지원하고 한 곳은 안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군별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좋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세번 모두 지원할 수 있으므로 한번 정도를 소신 지원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된다.수능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져 하향 지원이 예상되므로 한곳 정도는 소신지원하는 게 현명하다.
▲재수는 않는다고 생각하라=올해 재수생은 고3 수험생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아 상당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고3생은 재수할 경우 별다른 잇점이 없다. 오히려 올해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됨으로써 현재 고2생들이 수능 준비에 일찌감치 나서게 되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올해 입시에서 반드시 어느 대학이든 합격한다고 생각하고 전략을 세워야 엉뚱한 낭패를 보지 않는다.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망쳤다며 일찌감치 재수할 계획을 갖고 이번 입시에 소홀히 할 가능성이 많지만, 전체 수험생들의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분발할 필요가 있다.
▲점수대별 지원 전략=상위권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에서 변별력이 확보됐으므로 자신의 수능 점수에 맞는 대학·학과를 선택하면 큰 무리가 없다. 논술이나 면접 등에서 수능 점수 차이를 줄이기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점수 하락폭이 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향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전형 요소를 고려, 자신의 위치를 잘 따져 지원하되 소신지원 할 수 있는 대학·학과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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