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녕 우포늪 생태여행

노랑나비 한쌍. 한낮의 햇살을 이불삼아 희롱이 한창이다. 잠자리 한쌍도 뒤질세라 파르르 날개를 떨며 원을 그린다. 입질 걸릴 걱정 없는 수초속 붕어들은 여유로움에 겨워 하품이라도 할지 모른다. 저멀리 청둥오리 한쌍이 '푸드덕' 날아 오른다. 사랑싸움이나 하자는 것일까. 둘만의 공간이 있는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고고한 자태의 중대백로는 우아한 목을 곶추 세운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몇발짝 떨어져 있는 제짝에게도 관심 없다는 듯…. 바람도 숨 죽이는 원시의 자연늪지. 우포늪 제방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탐방객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 오른다.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방면 등 4개면에 걸쳐있는 우포늪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면적만 8.54㎢, 약 250만평이다. 우포, 목포, 사지포와 쪽지벌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원시 자연늪이다. 가시연꽃, 생이가래 등 습지생물과 다양한 수서곤충이 터를 잡고 있는 독특한 담수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즈음 우포늪은 무엇보다 '하늘의 손님' 겨울철새의 도래지로 각광받는다. 철새들의 그 황홀한 날갯짓, 무언가 호소하는 듯한 울음소리는 어른들에겐 어릴적 향수를, 아이들에겐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철새 구경을 위해 꼭 먼길을 가야만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난 주말 찾은 우포늪은 이미 철새들의 무대였다. 특히 사람도 차도 없는 새벽녘의 장엄한 군무는 가슴이 탁 트이는 감동을 안겨준다. 이미 아마추어 사진동호회의 철새 촬영장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알음알음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는 화원, 현풍을 지나 창녕 이방면으로 달리다 안리마을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우포늪이 시작된다. 구마고속도 현풍IC까지 간 다음 창녕으로 달려도 된다. 늪이 방대한 만큼 현장에 도착하면 어느 늪으로 왔는지 안내판에서 현 위치쯤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우포늪은 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수지도 아니다. 제방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억새와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발길을 휘감는다. 고사목은 원시의 신비를 간직한 듯 운치를 더해준다.

대구대 학생동아리 야생조류회(회장 이현석.축산학과 3년)는 "지난해 우포늪을 찾은 철새가 천연기념물 큰고니와 고니를 비롯 기러기, 청둥오리, 넓적부리 물닭, 쇠백로, 중대백로 등 25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간혹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와 원앙도 날아든다고 한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살펴봐도 좋으나 이왕이면 제방으로 살금살금 들어서 보자. 물론 소리에 민감한 철새들은 단박에 수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버린다. 다시 숨죽여 기다리면 한 마리, 두 마리씩 모여든다. 인내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개인 준비물은 메모장과 필기도구, 쌍안경 등이며 카메라는 200㎜이상 망원렌즈를 갖추면 탐조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또 한되 정도의 옥수수나 보리 등을 준비해 철새들의 먹이로 뿌려놓고 오면 오는 길도 내내 흐뭇한 여행이 될 듯싶다. 글.사진 :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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