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떤 외교관

공무 중 해외 출장으로 우리 나라 외교관을 만난 적이 있다. 파키스탄 주재 우리 대사관의 도인석 참사관. 깔끔하고 세련된 외교관에 대한 선입관과는 달리 마음 편한 시골 형님 같은 인상이다. 공식적인 주재국 브리핑이 있은 후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대구 출신임을 밝힌다. 누구를 아느냐, 누구하고 친구다, 누구는 잘 있느냐는 식이다.

파키스탄에서의 짧은 일정 속에서 이 분이 보여 준 외교관의 자세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대구시 시장 개척단과 함께 방문했던 당시에는 우리 나라와 파키스탄이 무역 분쟁 중이었다. 파키스탄의 최대 산업인 면방업이 우리 면방업계로부터 반덤핑 제소를 당한 상태여서 이 나라로서는 이만저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상공계 인사는 물론이고 파키스탄 정부나 지방 관리를 만나도 언제나 이 문제가 제기됐다.

이 와중에 도 참사관은 시종일관 파키스탄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우리 일행의 이해를 구했다. 면방업이 파키스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1억이 넘는 인구가 지닌 잠재적인 시장 가치, 미래 지향적인 우호 관계를 고려해 본국 여론의 이해를 구하는 태도다.

외교관의 임무는 국익수호와 자국민 보호가 그 첫째일 것이다. 그 수단이 강력한 경제력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무자비한 군사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하는것은 섬세한 외교력이다. 경제력만으로는 상대방 국민에게 굴욕감을 심어주고 군사력은 철천지 원수를 만든다.

외교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다. 친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 쓴다. 친구의 마음으로 주재국의 처지를 살피고 본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외교관. 파키스탄 사람들을 우리 국민의 친구로 만들려던 도 참사관. 그에게 신뢰의 눈길을 보내던 파키스탄 사람들이 이해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누구보다도 동분서주하고 있을 그 분에게 응원을 보낸다.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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