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중도개혁포럼 인사들이 당직에 전전배치되는 등 여권내 역학관계에 일대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동교동계 중심의 친정체제가 무너지고 각 대선후보들간 세싸움도 벌써부터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당내분 과정에서 쇄신파로 분류된 한화갑.노무현.김근태.정동영 상임고문과 동교동계 구파의 지원을 받고있는 이인제 상임고문간의 신경전도 뜨거워 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 합종연횡이나 후보간 연대도 가시화돼 당내 질서가 복잡.다원해질 것이 뻔하다.
한광옥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를 대통령에게 의존했던 여당의 관행과 체질에서 탈피하려는 사상 초유의 시도를 민주당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 집권당으로서의 자력생존이 쉽지 않고 당내 변화기류에 따른 역풍이 거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변화바람=10.25 선거참패와 지지도 하락의 책임을 지고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가신그룹이 물러나고 "특정 주자에 대한 줄서기를 거부한다"며 발족한 중도개혁포럼에 힘이 쏠리고 있다.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와 신임 당직자의 면면을 보면 동교동계는 모두 빠지고 중도개혁포럼 인사가 대거 당직을 맡았다. 특대위원 15명 중 7명이, 신임 당5역 모두가 개혁포럼 소속이다.
△차기주자 다원화=대권구도와 관련해 여권 핵심부의 기본입장은 '차기주자 다원화론'이었다. 내년 1월 전당대회까지 잠재적 주자를 고루 띄워 선의의 경쟁을 유도, 당을 활성화시키고 권력누수 현상도 막자는 것이 기본취지였다. 그런 다음 전당대회에서 대권주자에게 당 대표를 맡겨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내분사태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후보선출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전대시기와 방법, 대의원 수를 둘러싸고 입씨름이 한창이며 개혁성향 후보들이 연대, 특정후보를 민 뒤 '반(反)이인제 구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 마저 감지되고 있다. 차기주자 다원화는 어떤식으로든 비상과도체제의 민주당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심(金心)의 선택=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당내 경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가 관건이다. 야당은 "김 대통령이 여전히 수렴청정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여권내 기류는 일단 중립쪽에 가깝다.
청와대와 당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원칙론적인 관점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한 후보선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심은 당심(黨心) 내지 국민여론의 선택과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김심의 결정에 따라 당의 무게중심도 한쪽으로 쏠릴 것이 뻔하다는 점은 공통된 인식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전당대회에 즈음해 김심의 거취가 드러나며 당내 구도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문형배 탄핵안 발의, 국회 심사 시작됐다 [영상]
[단독] 문형배 家 미묘한 증여…헌재 "청문회도 아닌데"
[시대의 창-김노주] 영국 '타임스'가 본 2·28민주운동
김현태 707단장 "내 임무는 국회 봉쇄, 진입 의사 없었다"
[야고부-조두진] 접힌 자국 없는 투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