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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결혼 전선 '非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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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풍습에 과연한 딸이 있는 집의 어머니는 돌담 밑 남향바지를 골라 표주박을 심었다. 표주박의 싹이 돋으면 전나무나 잣나무로 받침대를 세우고, 그 늘 푸른 나무에 덩굴을 올렸다. 거름으로 걸우어 박이 열리면 담장 밖에서 보이지 않게 무성한 잎새들로 가려서 기른 셈이다. 행여나 총각들이 그 집의 딸을 좋아해 알고 못 먹는 감을 찔러보는 심정으로 박을 해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가꾼 표주박으로 술잔을 만들어 결혼식의 합근절 때 입을 대며 가약을 맺었다.

▲세상이 엄청나게 달라져 이런 풍습은 그야말로 옛이야기가 돼 버렸다. 한때 결혼을 못한 농촌 총각들이 결혼 사기를 당하거나 자살까지 하는 일들이 벌어졌지만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다. 남아 선호 경향과 여아 중절수술 만연 등으로 남녀의 성비(性比)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처녀가 '금값'으로 뛰고 있으며, '처녀 구하기 대란'이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고2 남학생들이 결혼 적령기를 맞는 2010년부터 4년간 총각 6명당 1명이 짝 없는 '최악의 신부난'이 벌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남자 26~30세, 여자 24~28세의 성비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처녀 100명당 총각 숫자가 2010년엔 118.9명, 2011과 그 이듬해는 122.3명, 2013년엔 120.0명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현상은 그 이후 다소 누그러지다가 2023년부터 5년간 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4년부터 5년간 대입 수험생이 대학 정원보다 밑돌고, '노령화 사회'에서 2006년부터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2026년엔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서게 된다. 평균 수명도 의료기술의 발달로 2000년 현재 75.9세(남 72.1세, 여 79.5세)에서 2050년엔 83세(남 80.0세, 여 86.2세)로 껑충 뛸 전망이다. 이 같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맞게 된 셈이지만, 성비의 불균형은 실로 우려된다.

▲출세와 성공을 지상 목표로 인생을 전쟁터처럼 살아가는 남성들이 신부 쟁탈전까지 일으킨다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들 아들' 해온 우리 사회가 마땅히 겪어야 할 운명이라며 신부 파동을 계기로 남아 선호 사상이 희석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아들 때문에 괴로움을 겪다 보면 '딸이 더 좋아'라는 말이 설득력을 발휘하는 날이 오게 될까. 이대로 가다가는 '신부 수입, 신랑 수출'의 국제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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