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조추첨,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민들의 월드컵 16강 진입 숙원을 이뤄낼 일차 관문인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 조추첨이 1일 저녁 7시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전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다.

본격적인 월드컵무드 조성의 출발이 될 이번 조추첨은 한국, 일본, 프랑스 등 톱시드 조배치가 끝난 3개국을 제외한 29개국을 대륙별 안배원칙과 한.일 공동개최의 특성에 따라 4개국씩 8개조로 나눈다.

행사에는 조추첨을 전후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공연 및 한국적 특색을 살린 문화 예술 공연 등이 열려 한국을 세계에 소개한다.

본선 진출 32개국의 운명을 좌우할 조추첨자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축구황제 펠레(브라질),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등 세계적 축구 스타와 개최국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축구스타 홍명보, 이하라 등 13명이 나선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오로지 '골'로 말할 뿐이다.

6대륙 32개 축구 강호들은 1일 2002 한·일월드컵 조추첨으로 대진상대가 확정되면서 본선까지 남은 6개월간 상대분석과 전술연마로 본선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로저 르메르 프랑스 감독,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 조반니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 토루시에 일본 감독,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 등 세계적 명장들이 줄을 이어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조추첨장에 모인 감독들은 본선 목표와 조편성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거나 "본선까지 착실히 준비해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모두 강팀이라 섣불리 목표를 밝힐 수는 없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한 번 붙어보자"며 본선을 향한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우승후보로 꼽지만 본선에 진출한 32개 팀 중 어느 한팀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어느 팀이 우리 조에 들어오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이 조직력을 얼마나 가다듬어 유럽 강팀과의 차이를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16강에 들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겠지만 국민의 성원도 있어야 한다』고 결전의 의지를 다지며 성원을 당부한다.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

유럽팀들은 전통적으로 기술과 조직력이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어느 팀이든 안정된 전력을 유지한다. 아프리카는 많은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과 체력적으로 우수한 선수가 많다. 이런 선수들을 활용하는 전략은 떨어지지만, 최근 나이지리아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세네갈이 강팀으로 떠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렇지만 전력에 기복이 있고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한국 대표팀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파괴적인'투쟁력이 있어야 한다.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유럽팀에 주눅들지 않는 경기를 펼쳐 유럽과의 차이를 줄여 보이겠다.

■트루시에 일본감독

월드컵엔 월드 클라스급의 팀들이 모두 참석,상당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특히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한조에 편성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중국이 16강에 진출하면 일본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 한판 겨뤄보고 싶다. 우승후보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유력하다. 멕시코도 상당히 좋은 팀이지만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리 팀과 거의 같은 레벨에 있다.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

"우승 후보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거론되고 있지만 본선이 시작되면 누가 우승후보였는지는 중요치 않으며 오히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며 예선 결과를 놓고 브라질을 과소평가하는데 대해 못마땅해한다. 그는 "브라질도 훌륭한 팀이며 본선에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

이번 월드컵에선 이탈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강세를 보일 것이다. 물론 잉글랜드도 우승후보다. 잉글랜드를 이끌고 있는 감독으로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번 조추첨에서 방식이 상당히 바뀌어 매우 실망스럽다. 물론 새로운 것도 좋지만 보수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룰과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

■카타네치 슬로베니아 감독

한국팬들이 내심 본선에서 만나기를 바라는 유럽팀으로 꼽히는 슬로베니아의 스레츠코 카타네치 감독은 "본선 진출로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내년 본선에서는 브라질이든, 독일이든 어느 팀과 붙어도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우리를 약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90분동안 보여줄 것을 모두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것이다. 최근 축구경기를 보면 상당한 의외성이 발생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반드시 큰 이변(big upset)이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알 조하르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일본에서 경기를 펼친다는데 큰 의의는 없다. FIFA의 지시사항인데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어렵게 본선에 올라온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윈프리에드 샤퍼 카메룬 감독

본선에 오른만큼 한국과 마찬가지로 16강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일본 오이타현 월드컵구장 근처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승후보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들고 싶다.

■마이클 맥카시 아일랜드 감독

플레이오프를 거쳐 천신만고끝에 올라온 월드컵 본선무대이기에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조추첨 결과가 나오든 지금까지의 고생보다는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단 본선에 오른만큼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12월 1일.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오늘 오후 부산에서 2002 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의 조추첨이 시작된다. 한국이나 공동개최국 일본은 물론 본선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중국도 어떻게 조편성 되느냐에 따라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상당부분 달려있다.

지금까지 통산 6번째, 5회 연속 본선진출을 기록하게 됐지만 도전사는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54년 스위스대회때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이후 지난 98년 프랑스대회까지 5개 대회에서 14차례 경기했지만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4무10패의 비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본선에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하면서 톱시드를 배정받은 한국은 어느때보다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진출 경기들을 되돌아보며 16강 진출을 위한 대책을 찾는다.

▲54년 스위스대회

6.25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54년 한국은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 밟았으나 내용은 부끄러운 기록도 많았다.

당시 한국은 중국이 기권한 가운데 벌어진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제 36년을 앙갚음하듯 일본을 1승1무로 제치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개막일을 이틀 넘긴 경기 당일 새벽에야 겨우 스위스에 도착했고 최악의 컨디션에서 정신차릴 틈도 없이 수모를 당했다.

1차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한 골도 뽑지 못하고 전.후반 무려 9점을 내줘 그때까지 본선무대에서 최다 점수차 기록을 경신했고 뒤이어 벌어진 터키와의 2차전에서 전열을 재정비했으나 0대7로 다시 완패했다.

서독과의 경기는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는 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해보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86년 멕시코대회

스위스대회 이후 32년만에 다시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본선 1차전부터 축구 천재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강호 아르헨티나를 만나 3골을 내주며 경기 내내 고전했다. 후반 27분 박창선이 25m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월드컵 본선 첫 골을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어 첫 승의 상대로 노린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1대1로 비겨 사상 첫 승점 1을 챙긴 것에 자족해야 했고 전 대회 우승국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2대3으로 패배,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아시아 최초로 2연속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은 지역예선에서 8승2무, 30득점에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16강을 넘어 8강도 노려볼 만하다는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3전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 뿐이었다.

첫 상대 벨기에에 0대2로 패한 한국은 다음 상대 스페인에는 1대3으로 무너졌다.

이날 황보관이 날린 30m 중거리슛이 시속 114㎞로 '멋있는 슛 베스트 5'에 뽑힌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후반 25분 경기지연을 이유로 윤덕여가 옐로카드를 받고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한데 이어 45분 오프사이드 지점에서 넣은 폰세카의 헤딩골이 득점으로 인정되는 등 아쉬운 심판 판정속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94년 미국대회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일본에 패해 중간순위 3위로 밀려난 한국은 일본이 이라크에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한 골을 내주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 입성에 성공했다.

본선에서는 첫 상대인 스페인을 맞아 후반 초반에 2골을 허용했으나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로 2골을 만회,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열린 독일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먼저 내주며 야유를 받았으나 1차전 후반 투혼을 재가동시켜 2대3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16강 희망을 살려나갔으나 첫 승리의 제물로 삼았던 볼리비아와 0대0으로 비기는 바람에 2무1패의 호성적속에 다시 16강문턱에서 미끄러졌다.

▲98년 프랑스대회

지역 예선에서 9승2무1패의 성적으로 4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대표팀에 신인 10명을 전격발탁하며 승부수를 띄운 차범근 감독에게 1승2무를 주문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느 때보다도 참담했다.

첫 경기에서 하석주가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곧바로 퇴장당하면서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멕시코에 1대3으로 패하더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했다.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띄운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1대1 무승부를 기록하고 또다시 16강에서 좌절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