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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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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같은 내일이야꿈 아닌들 안 오리오마는

조개 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진주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그러나 벗들이여!

보름달이 뜨거든 정화수 한 대접 떠놓고

진주 같은 꿈 한 자리 점지해줍시사고

천지신명께 빌지 않으려나!

벗들이여!

이런 꿈은 어떻겠소?

155마일 휴전선을

해뜨는 동해바다 쪽으로 거슬러 오르다가 오르다가

푸른 바다가 굽어보이는 산정에 다다라

국군의 피로 뒤범벅이 되었던 북녘 땅 한 삽

공산군의 살이 썩은 남녘 땅 한 삽씩 떠서

합장을 지내는 꿈,

그 무덤은 우리 5천만 겨레의 순례지가 되겠지.

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보면

사팔뜨기가 된 우리의 눈들이 제대로 돌아

-문익환 '꿈을 비는 마음'

지난 80년대 통일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문익환 목사의 시이다. 한국 시사(詩史)에서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 등은 소위 문단활동을 하지 않은 시인들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시를 썼는 지도 모른다. 문 목사도 문단과는 상관이 없었지만 좋은 시를 많이 남겼다.

이런 사실에 문학의 고유한 힘과 매력이 있는 것이다. 문단 등단보다는 좋은 시를 쓰는 게 우선이다. 이 시는 통일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빈번한 감탄부호의 사용은, 부호도 잘 쓰면 언어보다 더 힘이 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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