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유산을 공유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들이 한결 돋보인 한해였다. 박물관들이 각종 전시회와 시민강좌를 열어 주민 다가서기에나섰고 시민들은 문화재 답사여행에 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뜻깊은 유적발굴 또한 여느해보다 활발해 그야말로 문화재의 대중화시대를 실감케했다. 문화유산에 대해 보다 전문성 있는안목을 가지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대학 박물관의 시민문화 강좌로 이어졌다. 경북대 박물관의 '한국회화사의 이해'란 문화강좌와 영남대 박물관의 '다시 읽어보는 한국사-16강'은권위있는 강사진 구성만큼이나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예술마당 솔이 기획, 대구박물관에서 연 10주동안 계속되고 있고 영남대 유흥준 교수의 문화유산 강좌는 매회마다 400명의 수강생들로 꽉꽉 채워졌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연중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영화상영.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박물관 만들기에 노력했다.
문화유적 답사도 활발했다. 지난 4월 대구문화재지키기시민모임이 한.일간 전방후원분 논쟁의 주 현장인 경남 고성의 사적 제119호 송학동고분군(松鶴洞古墳群)을 찾은 것을 비롯, 문화재 답사와 전통문화체험 행사가 잇따랐다.한여름 영주 소수서원과 부석사에서는 '2001 RCY 전통문화체험 전국캠프'가 열렸고, 대구향교와 춘추회 등 유림단체도 청소년 충효예절교실과 문화재 답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구시북구청소년회관은 남원 일대에서 테마캠프를 열었고, 대구답사마당은 청해진.보길도 등과 강화도로 부모와 함께 하는 답사여행을 다녀왔다.
대구 진천 코오롱오투빌 아파트 신축예정지의 지석묘 보존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필두로 문화재 발굴작업도 활가차게 이어졌다. 5월 29일 영남대박물관이 대구 덕원중고 이전 예정부지에서 제의(祭儀)행위를 한 수로(溝)와 출토지가 명확한 가장 오래된 마형(馬形)토기를 발굴했으며, 6월 25일에는 경북문화재연구원이 수성구 상동 정화 우방팔레스 건립부지에서 20여동의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수혈유구 등을 발굴해 대구 신천변이 선사시대 이래 누대의 취락지였음을 입증했다.7월들어 역시 경북문화재연구원이 상주 신상리 구석기유적 발굴조사에서 명백한 빙하기의 아이스웨지(얼음쐐기)를 국내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영남문화재연구원은 경산시 옥산동에서 대구.경산지역 일대에 토기를 공급한 최대규모의 신라토기 가마유적을 발굴했으며, 11월 초에는 달성 문산정수장 건립부지내 고분군에서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의 유구 137기를 확인했다.
올해는 문화유적과 문화유산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문화.관광유산의 역사적.문화적.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신종 전문직종인 문화유산해설사 25명이지난 4월말 대구에서 처음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한국고대사목요연구회의 멕시코 고대문명 유적지 답사 결과를 17차례에 걸쳐 연재한 '멕시코 고대문명을 찾아서'란 제하의 본지 기사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으며, 경북대 이희준 교수 등 영남지역 지역 학자들이 내놓은 '가야 각국의 재구성'과 '비슬산' 연구보고서를 낸 것도 알찬 결실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전문인력 부족이 소중한 문화유적 유지.관리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학계의 지적은 여전히 숙제로 남은 채 또 한해를 넘기게 됐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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