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1년 남북관계 결산-먹구름이 드리워진 햇볕정책

2001년 남북관계는 그간 급물살을 타던 햇볕정책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한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실현되지 못했고 남북 당국간 대화는 합의와 연기, 결렬이라는 결과를 낳아 구태를 답습했으며 제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불발로 끝났다. 민간교류는 8.15평양축전 방북단의 돌출행동으로 커다란 후유증을 앓았으며, 금강산관광사업 또한 마땅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상회담=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경제협력 활성화, 인도적 문제의 해결 등을 포괄적으로 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2차 정상회담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불발은 남한사회 내부에서 김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 화해협력정책 전반에 대한 지지 약화로 이어졌고, 남북간의 신뢰 하락은 물론 한반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않게 됐다.

▲이산가족 상봉=남북적십자사는 2월23일 제2차 이산가족 생사 및 주소확인 결과를 교환한 데 이어 같은달 26일부터 3일간 제3차 이산가족 방문단을 교환했으며 3월15일에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남북 각각 300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그러나 9월 제5차 장관급회담에서 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북측은 교환방문 4일전인 10월12일 돌연 남측의 비상경계조치를 이유로 이산가족 교환을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실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실향민도 발생했다. 남북은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제6차 장관급회담에서까지 타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민간교류=상반기에는 춘향전 공연(2월), 남북 공동 노동절 행사(5월), 남북공동사진전(6월), 6.15 민족통일대토론회(6월), 남북농민통일대회(7월) 등 활기를 띠었으나 8.15 평양축전 방북단 파문을 계기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일부 방북단의 돌출 행동은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결의안 가결을 가져왔고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정권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그러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월드비전 등 민간단체들은 이전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모습은 수확으로 들 수 있다.

▲경제협력=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남북경협은 그런대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0월31일 현재 남북간 교역규모는 비거래성 교역을 포함, 3억2천972만달러로 전년(4억2천514만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연말까지는 4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탁가공 역시 10월말 현재 교역액이 1억4천621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협의 경우 북한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의 대북진출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금강산관광 사업='햇볕정책의 옥동자'로 불리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올 한해동안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침체를 반영하듯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측이 재정난으로 내년 초 관광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남북 교류에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시작 3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 양측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지난 9월 열린 제5차 장관급회담에서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후속회담을 가졌으만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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