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2000년 하반기 미국경기의 급격한 둔화에 따라 동반 침체한 뒤 지금까지 침체세를 보이고 있다.
언제부터 미국과 세계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인지를 가늠할 관건은 역시 테러사태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프간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는 있지만 대 테러전쟁이 조기 종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오래 끌지도 못할 것이다. 침체된 경제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테러사태 여파는 금년 상반기에 대체로 마무리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세계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그럴 것이다. 심리적 불안감에서 벗어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지난해 초이래 세계 대부분 국가가 추진해 온 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 감세 같은 경기대책의 효과가 본격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제경기 전망 기관들 예측도 여기에는 거의 일치하고 있다. 즉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기간별로는 상반기 침체가 지속되다가 하반기 이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금년 하반기 이후의 성장세가 과연 건실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일시 반등에 불과할 것인지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90년대 이래 세계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미국 '신경제'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양 극단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지난 10년간 지속돼 온 미국경제의 고도성장은 기본적으로 정보기술(IT)부문을 중심으로 한 체질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며, 일시 조정을 거친 후 곧 고성장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이번 미국경기 침체는 그간의 고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난 구조적 붕괴현상으로 빠른 시간 내 회복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금년 하반기쯤 현실이 입증해 줄 것이다.
이 외에도 새해 세계경제 향배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은 더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그 추이가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충격적인 폭등을 보일 우려는 크지 않다. 특별한 정치적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세계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의 원유 감산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이라크를 다음 타깃으로 삼아 대 테러전쟁이 확대될 경우 현재 배럴당 17달러 선에서 안정돼 있는 유가가 22~24달러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회복세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테러사태의 간접 영향으로 나타날 국제교역여건 악화는 상당히 우려할 만하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안전, 보험, 재고관리 및 물류 등의 비용이 증대하고 보안검색이나 통관 지연 등의 새로운 무역장벽이 높아져 국제교역여건이 악화하면 그만큼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격변에 대한 우려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다수 개도국 경제가 침체하고 수출이 줄어 외환위기 재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미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누적에 따른 급격한 달러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이 자국경제 보호를 위해 과도하게 엔저를 고집할 경우 아시아에 또 한번의 금융충격이 올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새해 세계경제 동향을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만약 테러사태 여파가 금년 상반기 마무리되고 국제무역여건이나 금융시장에 충격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는 상반기 현재의 침체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건실한 회복세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이들 가정 중 어느 하나라도 벗어난다면 세계경제는 심각한 침체상황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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