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초 은행에서 아이들에게 학비를 부쳐줄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고 기운이 솟습니다".7년째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를 보태주고 있는 여암길(57.대구시 서구 비산동)씨.
작은 자동차부품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여씨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부터다. 한 고등학교 교사로부터 15세 소녀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학비를 보태주기로 결심한 게 선행의 출발점이었다.
1여씨는 그 소녀에게 매달 30만원씩 부쳐주고 대학교에 입학하자 입학금은 물론 4년동안 등록금을 대줬다."지금은 자동차부품상회를 운영하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저 자신 어려웠던 시절 이웃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에서 이웃을 돕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이후 여씨는 대구시내 각 고등학교에 부탁,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부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소개받았다. 이렇게 해서 여씨가 도움의 손길을 준 학생들이 17년동안 35명, 금액은 무려 1억5천만원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달 1일 여씨가 고교와 대학교 학비를 보태줬던 함모(28)씨가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며 '아버지, 고맙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와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씨는 "IMF 한파 이후 사업이 잘 안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후원금이 줄어 안타깝다"며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학비는 꼭 챙겨놓는다"고 말했다.
남모르게 선행을 하는 여씨는 이제껏 도와준 학생들이 찾아오는 것을 한사코 만류하고 있다. 여씨는 "학생들이 보답하겠다며 찾아오면 그냥 돌려보낸다"며 "나를 찾아올 시간에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고 부탁한다"며 환히 웃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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