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가슴 부푸는층층나무

오래 마주 볼 수록 온몸 서리서리하던

햇살, 그 시절

어머니 얼레빗 닮은 그 뜨묵골

겹겹 환한 물소리

애기똥풀꽃 산나리꽃 댕댕이풀도

목 붉은 산새들도

어머니

저렇게 분홍구름 따라 떠가는 걸요

층층나무

햇살, 단단한 껍질 뚫는 동안

파르르 물굽이도 등 떠밀며 등 떠밀며

어머니 얼레빗 닮은 뜨묵골 지나

산 너머, 겹겹 환한 소리만 남기는 걸요

-김경윤 '뜨묵골, 산 너머 겹겹 물소리'

앞산에 아직 지난 겨울의 눈이 하얗게 박혀있다. 그러나 계곡의 물소리는 입춘의 문턱임을 알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바로 입춘(入春)이다. 이 시에서도 봄 냄새가 묻어난다.

여성시인다운 섬세하고 아름다운 필치로 '뜨묵골'의 물소리와 추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여기서 뜨묵골은 시인이 유년을 보낸 고향이자, 시원(始原)의 이상향이다. 이처럼 가슴에 이상향 하나 쯤은 갖고 살아야 시인이 된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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