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韓·美 정상회담 물밑 조율

---DJ-부시 웃으며 헤어질까

한반도 안정과 평화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고비가 될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외교당국간 막후 조율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간 전화 통화 등 다각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등 이번 회담의 의제에 대해 대략적인 조율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20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현안을 논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이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반도 정세가 근래 들어 가장 긴장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막판까지 소홀함없이 신중한 자세로 준비한다는 각오다.

◇한미동맹관계 재확인=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확고한 한미 동맹관계의 재확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대내외에 천명하게 될 것이라는 게 외교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두 정상은 양국의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건 이후 대(對)테러협력 등 범세계적인 문제에까지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글로벌 파트너십(GlobalPartnership)'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량살상무기 공통인식=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북한의 WMD확산 위협에 대처해 나가기 위한 한미 양국간 공동노력 의지를 확인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WMD 문제가 미국측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을 감안, 조속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는 방식으로 부시 대통령의 문제제기에 호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의 WMD 및 미사일 문제가 반드시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도 부시 대통령에게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북한의 WMD 및 미사일 확산 위협에 대해 양국 지도자간 공통인식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양국 정상차원에서 강력히 촉구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햇볕정책 지지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대북 대화재개 의지를 거듭 표명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분단의 현장, 냉전의 마지막 잔재가 남아 있는 한반도에 와서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표명하게 될 경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3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 회의감 표명과도 같이 이번 서울 정상회담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던질 경우 정상회담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당국자들은 일말의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 라이스안보 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 북미 대화에 언급, "우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원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한국 등 동북아 3국 순방에 앞서 배경설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수많은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며 그러나 평양당국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이 왜 '악의 축'의 일환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고 지적, 북한을 비롯, 이라크, 이란 등 3개국은 "압제적이고 폐쇄된 체제로 대량파괴무기를 획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이들 3개국은 여러가지 공통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북한의 경우, 그같은 대량파괴무기 관련기술을 전세계로 확산하고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체제를 정확히 비밀스럽고 압제적인 체제라고 칭하는데 전적으로 모순이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은 전세계에 탄도탄 미사일기술을 파는 "장사꾼"이라고 비난하면서 특히 대량파괴무기를 획득하려 한다는 점에서 지역 평화와 안전에 "위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은 "고급 상품선전책자"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구매를 원하는 자에게는 누구든지 이를 팔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북한의 미사일 수출대상 국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라이스 보좌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화해개방정책을 평가한 뒤 "김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발전의 상징"이라면서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북한의 주민들은 매일 고통을 견디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당국자 문답

정부 고위 외교당국자는 14일 오는 2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양국간 공동노력 의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부의 자세는.

▲결코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다. 현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성급한 예단은 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신중한 자세로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서 기대되는 성과는.

▲첫째 한미동맹관계의 재확인이고 둘째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표명과 함께 한미 양국 정부의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천명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위협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양국 정상 차원에서 강력히 촉구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정상회담 후 합의문은 나오는가.

▲준비하지 않고 있다. 대신 양국 정상이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한다. 또 부시 대통령은 한 두 차례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이때 대북관련 미국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후 북한에 회담결과를 설명할 특사를 파견할 용의는.

▲그 때 그 시점에서 필요하면 한미간 협의할 문제다.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합의된 것이 있나.

▲없다. 회담을 통해 조율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은가.

▲북한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미북 대화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진전된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말하는 것과 분단의 현장에서 말하는 것은 의미와 상징에서 다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진지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한미 정상간 논의의 중점이 대북 대화촉구인가.

▲그럴 것으로 본다. 대화 재개 전략에 대해 한미간 조율을 해오고 있으며 일본과도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해오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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