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나이가 마흔이 넘응께이런 징한 디도 정이 들어라우.

열여덟살짜리 처녀가

남자가 뭔지도 몰르고 들어와

오매, 이십 년이 넘었구만이라우.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손님들이 모다 남 같지 않어서

안즉까장 여그를 못 떠나라우.

썩은 몸둥어리도 좋다고

탐허는 손님들이

인자는 참말로 살붙이 같어라우

-송기원'살붙이'

이 시의 화자는 나이가 마흔이 넘은 창녀이다. 이십 년 이상 그 생활을 하고나니 이제 도를 깨우친 부처나 예수 같다. 썩은 몸뚱어리도 좋다고 탐하는 남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사회경제사적으로 보면 일부일처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돈이 없으면 성(性) 도 온전히 차지할 수 없는 게 자본주의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전북 군산의 윤락녀처럼 불에 타는 여성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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