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집 하늘의 다리 박종해 교장 펴내

'푸르청청한 향나무, 전나무 사이에/ 은행나무가 서 있소./ 은행나무는 제 혼자 외롭게 서서/ 노오란 살점을 뚝뚝 떨구고 있소.// 교장이 되고부터/ 왕따가 되는 기분이었소/ 왕따가 되어/ 푸르청청한 젊은 교사들 사이에/ 멍든 살점을 뚝뚝 떨구고/ 머지않아 나목이 되고 말/ 운명 같은 걸 생각해 보오// 나의 인생은 아직도 여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저 은행나무가/ 철부지 어른을 깨우쳐 주고 있소'.

예순의 여고 교장인 박종해 시인이 '하늘의 다리'란 시집을 동학시인선으로 펴냈다. 박시인의 시들은 시와 삶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삶을 이탈한 승화된 경지를 지향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현실에 한걸음 더 다가서있다.시집의 표제작인 하늘의 다리도 그같은 현실과 이상, 육체와 영혼을 잇는 시적 가교를 노래한 것이 아닐까.

하늘의 다리를 비롯, 빈집에 돌아와.지상의 언어.깨달음.노숙자 등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시집에서 시인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시들을 담았지만, 그것이 삶 자체는 아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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