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지내리 밭두렁 길을 따라서
다시 비탈밭을 내려서면
아련히 떠오르는 불빛 거기 있다
어둔 세상 외로운 발자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는
풀섶의 뜨거운 눈시울
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제 한 몸 불태워 던지고
하늘 저편 시린 별빛으로 떠오르는
우리들의 사랑
동구나무처럼
아직도 말없이 거기 있다
-양문규 '반딧불'
여름밤 지천으로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생태계 파괴 때문이다. 반딧불이 축제라는 인위적인 행사까지 열리는 판이니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현실에 살고 있는지 새삼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반딧불이는 짧은 생을 사는 미미한 존재이다. 그 반딧불이를 통해 '어둔 세상 외로운 발자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찬탄은 시인이 아니면 갖기 어려운 마음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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