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유족도 답답, 경찰도 답답

개구리 소년들 유해가 발견된 지 벌써 20일을 넘었다.영규군의 아버지 김현도(58)씨는 16일에도 유골 현장에 나와 소주로 답답함을 달래고 있었다. "1991년엔 가출로 단정해 수사에 실패하더니 이번엔 어떤 일로 죽었는지조차 밝혀내지 못할 모양입니다".

점차 주위의 관심이 엷어져 가는 것도 불안한 듯했다.남편마저 사별한 종식군의 어머니 허도선(44)씨는 "시신이 차라리 발견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무너져 내렸다.1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들이 유해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경찰은 왜 어떻게 죽었는지 밝혀내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더 못이 박힌다고 했다.

수사를 맡은 45명의 경찰관도 이젠 녹초가 되다시피 했다. 21일을 매달렸지만 이렇다할 단서조차 찾지못해 사기는떨어지고 절망감이 깊어가고 있다.16일 수사본부에서 만난 한 형사는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이라고 했다. 또다른 형사는 "11년 전 현장 인근 거주자조차찾기가 힘들고 찾아내도 당시를 기억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당시 수사자료도 별다른 도움이 안돼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수사를 해야할 지 막막하다"는 얘기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법의학적 조사 결과. 이들 결과는 다음 주에는 거의 정리될 예정이어서 유해발견 한 달이 되는 그때쯤이 이번 수사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쪽 조사 분위기도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족도 경찰도 모두 답답하기만 하다.

정욱진(사회1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