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개월째 묻닫힌 대동공업 근로자들

지난 18일 낮 달성군 논공읍 달성군민운동장. 전국 소싸움 대회장 한쪽 구석 허름한 포장마차 안에서 대동공업 근로자 정호식(41)씨가 부지런히 오징어를 다듬고 있었다. 파업·직장폐쇄가 장기화된 뒤 생계를 위해 포장마차를 하게 됐다는 얘기. "지난달엔 큰 아이 교육보험을 해약해그 돈으로 살아야 할 정도로 살림이 엉망진창되고 있습니다. 아내가 맞벌이를 해 그래도 나는 다른 동료들보다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근로자들의 힘든 삶=지난 5월 파업, 8월 직장폐쇄로 다섯달째 일터를 떠나 있는 대동공업(달성공단) 600여 노조원들이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노조 쟁의부장 백윤종(37)씨는 "마이너스 통장에 기대 살아야 하다보니 하루하루가 더욱 고통스러워지고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1, 3년짜리 아이와 두 돌을 갓넘긴 아기 등 아이 셋에게도 공장 문이 닫힌 후엔 뭐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다"며, "아기 기저귀와 분유 살 돈마저 없어 아이 학원도 끊게 했다는 얘기를 아내가 할 때는 가장으로서의 무능함 때문에 비애를 느낀다"고 했다. 근속 14년째이나 이렇게 어렵고 힘들기는 처음이라는 것. 조합원 30여%가 마이너스 통장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 30대 근로자는 "지난 추석에 노조원들이 집에 들고 간 명절선물은 양말세트가 유일한 것이었고 그마저 회사 지급품이 아니라 민주노총에서 준 것"이라고 했다.

농성천막에서 만난 노조 홍보담당 이관문(34)씨는 "결혼자금을 만들려 붓던 적금도 해약했다"며, "직장이 이 모양인데다고향 집까지 태풍으로 수해를 입어 올해는 장가 들기 글렀다"고 했다.노조 간부 사공선현(39)씨는 "아이에게 몇백원짜리 과자 하나 사주기도 부담스럽게 된 뒤 동료들이 하나둘씩 공사장 일용인부, 포장마차, 날품팔이 등으로 나가 부대끼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해결 가능성은?=노사간 주쟁점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대구지부와 금속업계 사용자들 간의 집단 교섭 수용 여부. 노조는 금속노조에 속한대동공업·한국게이츠·상신브레이크·갑을금속·영남금속 등의 7개 노조를 대표해 금속노조가 해당 7개 회사들과 집단 교섭을 하자고 요구하는 반면대동공업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집단 교섭에 동의했으나 대동공업 측은 "다른 업체들은 규모가 작은데다 부품 업체인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는 완성품제조회사여서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내 5개 농기계 생산업체 총 생산의 36%를 점하고 있는 대동공업측은 올해 2천400억원을 매출 목표를 잡았으나 파업과 직장폐쇄로 이미 700억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대동공업 노조위원장에서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광우 지부장은 "노조원들이 힘들어 하지만 노조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파업이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일부 타협 기미도 엿보여, 대동공업 한재형 사장은 "집단교섭을 일년 유예하는 안을 제시해 문제를 풀고 파업 및 직장폐쇄 기간 중의 노조원 생계비 지원문제도 교섭을 통해 타결짓겠다"고 말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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