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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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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동대구역- 범어로터리 구간을 지날 때면 언제나 기분이 상쾌해진다.

목마를 때 차게 식힌 한 잔의 맥주, 또는 상큼한 민트향처럼 기분을 바꾸어준다.

사철 짙푸른 히말라야시더 가로수 덕분이다.

앙상한 나목들이 도시를 회색으로 채울 때도 늘푸른 나무들은 여전히 싱그럽다.

온 천하가 푸르른 계절엔 모르겠더니 뭇나무들이 잎을 떨구었을 때 상록수는 홀로 빛나보인다.

한 부부 이야기를 하고 싶다.

50대의 재미교포인 그들은 수년전 외동아들을 잃었다.

미국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던 옥같은 청년장교였다.

극한의 슬픔 속에서도 부부는 "25년간 우리 곁에 아들을 있게하신 신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금 대구의 미군부대에서 카운슬러 일을 하며 시골서 산다.

밭농사도 짓고 닭도 치면서. 서툰 농사지만 누구보다도 진정한 농부다.

퇴비만 주고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밭에는 땅을 기름지게 하는 벌레들이 우글거린다.

봄이면 노란 병아리떼를 거느린 토종닭들이 땅을 파헤친다.

닭이 크면 마을사람들에 분양해 주기도 하고, 암탉만 있는 집엔 장닭을 장가보내기도 한다.

얼굴이 까매지도록 농사지은 채소며 곡식들은 수시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그들은 또 농민신문을 구독한다.

직접 메주를 쑤어 된장을 담그고 옷이나 집안 장식물은 거의 직접 만든다.

농한기엔 마을사람들에게 한글과 지(紙)공예를 가르친다.

노인들은 대처의 자식이나 친척이 오면 이 집에 데리고 와 자랑스런 표정으로 집구경을 시킨다.

부부는 때때로 미국인들을 초대해 약속없이 들이닥쳐도 반가이 맞이하는 한국의 밤마실문화며, 여름강의 다슬기잡기 등 한국 시골문화를 체험케 한다.

초청 강연료는 꼬박꼬박 모아 시골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삶.... "우리가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듯 그애에게 우리도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다"고 그들은 말한다.

미국의 버몬트 숲속에서 땅에 뿌리박은 삶을 살면서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다 간 맑은 영혼,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모습을 이들 부부에게서 언뜻언뜻 보게된다.

너남없이 극도의 이기주의와 한탕주의로 치닫는 요즘, 상록수같은 삶을 사는 사람을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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