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NEIS 교육부.교사 힘겨루기

교육부가 추진중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다음달 개통을 앞두고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들과 막판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양측 입장대로라면 강행이냐 거부냐에 따라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시스템이 교무.학사 분야를 뺀 절름발이가 되느냐,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을 침해하고 교육활동에 지장을 주는 통제기구가 되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NEIS란 무엇=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의 약어다.

교육부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초.중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학교내 행정처리는 물론 학사, 인사, 예산, 회계 등 교육행정 전체 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27개 교육행정업무 가운데 인사, 예산 등 22개 업무를 지난해 11월 개통했으며 교무와 학사, 보건, 체육 등 5개 업무를 다음달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2개 업무를 바탕으로 인터넷 민원서비스를 개통한 이후 졸업증명, 경력증명, 검정고시 등 한달여만에 8천여건을 인터넷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교사들의 시각 차이=시각차가 커질 만큼 커진 상태다.

쉽게 네이스로 읽을 수 있는 NEIS 표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나이스로 표기한다.

좋다(nice)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부 교사들은 네이즈라고 부른다.

네트워크와 에이즈의 합성어다.

이는 5개 업무 가운데 교무/학사와 보건 영역을 네이스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를 두고 빚어진 첨예한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5개 업무는=입(진)학, 교무/학사, 보건, 체육, 교구/기자재 등이다.

입력되는 내용은 입학의 경우 초등학교 취학과 중.고교 입학 등이며 교무/학사는 학교교육과정, 학적, 성적, 학생생활기록부 등이다.

보건에는 건강기록부와 보건실 및 학교환경관리 등이 입력된다.

교육부는 당초 20여개 항목이 기록되는 장부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의 신상정보 15개를 입력할 예정이었으나 교원.학부모단체 반발에 밀려 대폭 축소했다.

학생 신상정보는 성명과 주민번호, 성별, 주소, 사진 등 5개로 줄였고 학부모는 성명과 생년월일, 직업 등 3개 항목으로 대폭 축소했다.

▲혜택이냐 통제냐=교육부는 발품을 팔아가며 발급받았던 민원 서류를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어 한결 편리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학교와 교사가 독점하고 있던 정보를 학부모도 공유함으로써 학교에 가지 않고도 학업성취도, 신체발달상황, 진로지도상황, 학교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교사들의 잡무가 줄어들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처리돼 교육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사들은 정보시스템이 통제시스템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민원서비스 향상에는 동의하지만 700억원이나 들일 필요 없이 학교 업무를 분담하고 교무실 보조원만 잘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것. 교육통계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사실이지만 교육을 질이 아니라 양적, 숫자적인 면에서만 평가함으로써 통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고, 한 부분이라도 틀리면 학교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등 잡무 증가를 불러올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학생의 학력, 성격, 생활태도, 병력 등에 관한 초.중.고 12년간의 모든 기록을 교육청 서버에 저장시킨다는 의도 자체가 인권침해 요소가 강하다고 비판한다.

▲보안이 문제=교무/학사(보건) 업무를 NEIS에서 제외시키면 기존 학교단위의 폐쇄적으로 또는 분산연계해 운영중인 클라이언트/서버(C/S)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교육부는 여기에 보안의 맹점이 더 크다고 밝혔다.

NEIS의 경우 4중 침입차단시스템이라 안정적이지만 학교 단위의 C/S시스템은 해킹 등 외부 침입에 사실상 무방비라는 것. 전국 1만902개 학교 가운데 절반 가까운 5천417개 학교에는 아직도 방화벽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최근 일어난 인터넷 대란과 카드 복제 등에 비춰볼 때 오히려 NEIS에 축적된 전국 모든 학생들의 신상 및 교육관련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될 경우 그 폐해는 더욱 파멸적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NEIS에 집적된 정보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국가기관으로 넘겨져 다른 목적에 악용된다면 총체적인 사회통제 감시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양측의 주장을 떠나 교육계는 실제로 정보보안이나 정보인권의 취약지로 꼽히고 있다.

NEIS 시행 여부를 떠나 이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NEIS와 관련해 서울시 교육청이 미인증 교사 3만8천여명의 전화번호와 생년월일 등이 담긴 개인정보를 각급 학교에 일괄적으로 내려보낸 사실은 가히 충격적일 정도로 정보보안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임성무 정책실장은 "최근 시교육청으로부터 각급 학교로 내려진 공문 중에는 교사 900여명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담긴 것도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NEIS를 강행하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라고 했다.

◇새 학기 파장=전교조는 이미 NEIS 폐지를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이미 발급받은 인증서를 폐기하고 새로 나오는 인증서도 거부함으로써 시스템 운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또 교육부가 다음달 NEIS 개통을 강행할 경우 모든 입력을 거부하고 무기한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현행 C/S를 유지하고 학생, 학부모의 정보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3월 시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무/학사 영역을 분리하면 학생 관련 정보 활용이 불가능해지고 통계나 장학 관련 업무도 기존 방식으로 처리해야 해 비효율적이라는 것. 아울러 연간 800만건이 넘는 민원서비스의 인터넷 처리가 불가능하고 C/S 유지.관리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고 주장했다.

새 학기 시작 때까지 양측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한 NEIS 시행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로간의 공세와 비난이 계속되고 교사들의 집회도 잇따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단위 학교가 이 혼란의 와중에 휩싸인다는 점이다.

상급기관의 지시를 외면하기 힘든 교육청과 학교장, 보직교사들과 NEIS를 거부하는 교사들 사이에 크고작은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날 게 뻔하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손실을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학생, 학부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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