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문득문득 마음을 나눌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사람은 많지만 진정 마음을 나눌 사람을 갖지 못한 채 우리는 각자 소외된 자가 되고, 이 복잡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철저히 군중 속의 고립자가 된다
이것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어느 날 신문 사회면과 TV 화면에 별종(?)의 죄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형제요, 부모요,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왜 그들이 그런 모습이어야만 했는가?'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화의 채널이 부족하고, 대체로 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문화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 비방하는 일에 더 익숙하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여유가 없다.
'너무 바쁜데…', '내 문제만 해도 복잡한데…', '내가 뭣 땜에…' 등등.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빨리빨리 가야만 한다.
어디로들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려 한다.
최근의 여러 사건들에서도 알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엔 순간적인 '욱' 하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자신과 타인의 인생을 그르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살도, 온갖 범죄도 한순간에 저질러진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욱' 하는 마음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엔 '진정 내게 귀 기울여줄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않을 것 같다.
그들은 누군가와 마음을 털어놓기를 갈구했거나 어쩌면 몇 번인가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든 토로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방이 막혀 있는 듯한, 질식할 듯한 그 한순간에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하고 자포자기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마음을 열고 대한다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 멀리 가려고 하지 말고 내 곁에 있는 아내, 남편, 자식, 부모에게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인다면 마음을 나누는 일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거기서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친구에게, 이웃에게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지하철 방화사건은 저마다 마음문을 꼭꼭 닫아버린 우리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도 처음부터 300여명의 사상자를 낼 만한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매스컴에서 "얼마나 호인인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이웃을 보았다.
지금은 그가 정신질환자가 되어버렸다고 할지라도, 이토록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되기 이전 단계에서 우리들이 나눌 수 있었던 부분들은 정녕 없었을까?
물은 이미 쏟아졌지만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에게 귀 기울여주는 마음의 친구가 있었더라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다리는 자원봉사자들과 자신의 아픔을 나누기라도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으로.
이부년(대구생명의 전화 후원이사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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