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쟁 이면엔 백인 우월주의

▲폭격의 역사(린드크비스트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

"사람을 살리는 기술의 진보는 더디고 살리는 숫자도 소수지만 사람을 죽이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한꺼번에 수천, 수만명의 목숨을 빼앗아간다"는 말이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폭력성 혹은 잔인성을 드러내는 말이다.

이 폭력성은 전쟁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인류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전쟁은 과거·현재·미래를 가릴 것없이 역사의 주류를 차지했고, 또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전쟁들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스웨덴 출신의 저술가 스벤 린드크비스트는 '폭격의 역사'(한겨레신문사 펴냄, 1만5천원)를 통해 각종 전쟁을 분석하면서 하나의 공통된 코드를 꺼집어 내고 있다.

각종 전쟁,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대 이라크 전이나,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2차세계대전 등 현대의 전쟁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알아 차리기가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영·미, 서구유럽국가들의 비문명권에 대한 폭력이다.

즉 백인 우월주의가 낳은 학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차대전의 경우, 독일·이탈리아·일본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지만 원자폭탄이라는 전대미문의 참화를 당한 곳은 같은 백인종의 나라가 아닌 황인종의 일본이었다.

또 각종 제네바 협정같은 국제법이나 핵폭탄 규제에 관한 각종 결정도 '문명국들' 사이에서만 적용되고 야만적이거나 식민지 원주민들에게는 이 법을 적용할 의사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텍스트를 읽어가기란 쉽지가 않다.

이는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형식의 문제로 이 책은 아주 독특하게 꾸려져 있다.

지은이가 머릿말에서 밝혔듯이 마치 미로찾기를 연상한다.

모두 399개의 장·단문으로 구성돼있지만 어디에서부터 읽어도 관계없고 그 장 말미에 연결되는 글귀 번호를 적어두었다.

1번글에서 166번으로, 3번글에서 46번, 다시 55번글로 이어지는 형태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꼼꼼히 찾아가다보면 거대한 결론과 만나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이 그토록 전쟁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이 끝까지 부인하고 싶어 하겠지만 백인우월주의에 다름아니며 인종주의와 대량학살이라는 지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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