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다자회담' 수용은 긍정적 변화

이라크 전쟁 조기결말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대화 기류를 촉진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일부 외신의 지적대로 이라크 전쟁이 동북아에 '바그다드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만일 미국이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6개월 간의 지리한 소모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그동안 미·북 회담을 통한 사태 일괄타결을 주장해왔으나 이 같은 태도 변화로 국제사회에 긍정적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북한 발표에 이어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대화국면 진입과 모종의 결실 가능성을 내비쳐 낙관을 보태고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변화에는 국제사회의 직·간접적인 압력행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막후대화는 물론이고, 중국의 강온 양면에 걸친 설득작업이 상당한 작용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의 유엔 인권위를 통한 압박도 태도변화의 한 요인이 됐던 것으로 이해된다.

안보 못지 않게 인권문제가 지구촌의 뜨거운 현안으로 인식되고 있어 북한의 핵 사태 수습의지를 촉진시키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한의 '조건부 다자회담 수용' 시사는 다양한 불안요인을 내재시키고 있다.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라는 전제조건을 북한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북한 정권의 불가측성이 작은 환경변화를 또 다른 빌미로 활용할 여지도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긍정적 결과로 연결시키되, 원칙 있는 대응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원칙을 허물게 되면 당장의 성과를 얻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인 대북전략에서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확고한 공조도 사태해결의 한 원칙이 돼야 한다.

안보문제에 관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북한을 오판으로 이끌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그것은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확대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그동안의 불필요한 미국과의 안보정책 갈등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사태에 여유를 갖도록 한 일면이 없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이점 유의하여 한·미간 이견이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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