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지난주초 비대해진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구조조정 방침이 언론에 유출되자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29일의 '청와대 비서실 워크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3급 이하 직원의 계약직 연봉제 전환추진 언론보도를 두고 "(직원들의)정보유출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권력', 'DJ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 한 언론' '기자들과 소주파티 하지마라'는 등, 언론에 대한 반감(反感)과 함께 입조심'비상'을 걸었다.
젊은 기자들이 듣기에는 "정말 노통이 막가자는 것이냐"고 할만한 수위의 발언들이었다.
기실, 젊은 시절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물의 하나가 바로 "어느 ×이 발설했노?"하고 펄펄뛰는 간부다.
이유인즉 문제에 대한 반성이나 대책은 뒷전인채 직원들을 족치는 간부라면 장래성이 없다고 보기때문이요, 직접적으로는 취재원(源)이 위축되면 향후 취재가 제약·방해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이 그 '장래성 없는 간부'에 해당되는 셈인가?
장면을 바꾸어보자. 4년전 10월2일자 중앙일보는 벌겋게 술취한 박지원 청와대 공보수석이 밤11시 넘어 언론사 사장실에 불쑥 들어와 "계속 이렇게 할 거냐"며 행패를 부리곤 탁자위의 물컵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고 썼다.
그후 박 수석은 국감답변에서 이렇게 변명했다.
"...그건 넘어지면서 컵이 떨어져 깨진 겁니다". 그 얼마후 DJ 정권 말기에 언론사 세무조사가 뒤따랐다.
그리고 박지원씨는 지금 조용하다.
4년을 격한 이 두 장면에서 양쪽의 시각, 양정권의 대응방식이 무언가 '거칠다''한(恨)이 맺혔다'는 필(feel)이 확 풍겨진다.
지난 26일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 세미나에서 한국외국어대 정진석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을 보면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란 우군과 적군의 2분법으로 단순화해서 '전쟁'을 벌이는 자세로 개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까지를 끌어안고 설득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참으로 계륵(鷄肋)같은 언론이지만 어찌하겠는가?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백인(百忍)의 마음으로 5년을 이겨내기를 당부한다.
새정권의 거친 언론관으로 인해 잃어버린 '여섯달의 밀월'이 아쉬운것은 이 정권이 특채한 현역언론인 출신의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과 조영동 국정홍보처장, 정순균 동(同) 차장을 볼때 더욱 그러하다.
아니 거꾸로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해야하나? '잘 서면 술 석잔, 잘 못서면 뺨이 석대'란 것이 바로 중매이기 때문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란 말이 있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말뜻대로, 주변 이민족끼리 서로 경쟁케 함으로써 중국에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옛 중국의 외교술이요 병법(兵法)이다.
신라로 하여금 고구려와 백제를 견제시킨 당나라의 외교술 또한 '이이제이'였다.
3공시절 박통이 JP와 김형욱·이후락 등 쿠데타 주역들의 어느 한쪽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주지 않음으로써 그 세력다툼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 '이이제이'요, DJ가 한나라에 맞서 DJP연합 정권을 만들어낸 것이나, 요즘 노무현 대통령이 소수정당 자민련의 JP를 극진히 예우하는 것 또한 이이제이다.
박통 이후 이어져온 언론정책은 또한 '이언제언(以言制言)'이라 할만하다.
소위 언론인을 정·관계에 출세시켜 언론과의 원만한 관계 또는 유착관계를 도모했던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독자들이나 언론후배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계의 '현직(現職)'들이 곧바로 정·관계의 핵심에 진입하는 것은 일종의 변절(變節)이기도 하다.
'비판'을 생명같이 해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반대편 '옹호론자'의 입장에 서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라는 것이다.
굳이 옹호한다면 교수들의 정·관계 진출처럼 이 또한 '국민에의 봉사'다.
그리고 지금 어느 정권때보다 많은 전·현직 언론인들이 정·관계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정보공개법 아닌 '은닉법'아래서 사무실 방문금지·취재원 실명제·통합브리핑제라는 이상한 관제(官製) 취제제도가 최근 기자들 앞에 던져졌다.
'개혁'의 이름으로, 아주 일방적으로. 이언제언(以言制言)의 결과물이라면 참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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