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로 높아지는 한의약 위상

올해는 우리 나라 한의약 역사에 새길만한 일들이 잇따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의 한방주치의가 생겼고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을 설립하고 한의약청을 신설하는 등의 한방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방은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민족의학'이란 이유로 박해를 받은 뒤 과학과 실증을 앞세운 양방에 밀려 냉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 대체의학적 입장에서 한방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한방은 그 위상이 점차 높아지게 됐다.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에는 한방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대구시, 경북도, 경산대, 한의약계 등이 한방바이오밸리 조성과 한의약청과 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한의약연구원 분원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불황과 지하철참사 등으로 실의에 빠진 지역민들도 첨단 한방산업에서 '미래'를 찾아보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우리 지역은 한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340여년 전통의 대구약령시가 있고, 국내 한약재 생산량의 30%에 이르는 산지가 경북에 있다.

전국 11개 한의과 대학 중 2개의 대학(경산대.동국대)이 매년 200여명의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 내고 있다.

권영규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제한동의학술원장)는 "한방의 위상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본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한방의 우수성을 인정한 뒤에야 이를 따르는 국내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립대에 한의대 설치 추진

국립대학교에 한의과대학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30병상 규모인 국립의료원 내 한방부가 400병상 규모의 독립된 '국립 한방병원'으로 확대 개편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한의학계에서 국립대 한의대 설치를 강력히 요청해와 서울대 등 전국 주요 국립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않다.

서울대와 협의한 결과, 서울대 의대측의 반대가 심해 '서울대 설치 안'은 쉽지 않을듯하다.

한의약계는 '서울대'라는 대표성과 상징성이 한방의 우수성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 널리 알리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울대 설치 안을 지난 10여년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의대 설치를 희망하는 지방의 국립대가 2, 3곳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통령 한방주치의 신설과 대구 U대회에 한방진료팀 편성

신현대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가 첫 대통령 한의사 주치의로 선정됨에 따라 한의학 발전에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는 한방이 양방과 달리 독자적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의약계는 국민들에게는 물론 세계인들에게 한방이 예방과 치료의학으로서 탁월한 효과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대구시는 대구하계 U대회 기간 중 한방진료실을 운영해 줄 것을 대구시한의사회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의사회는 경산대 한방병원과 함께 선수촌내에 진료실을 마련해 세계 각국 선수들을 상대로 한방처치와 물리치료를 해 줄 계획이다.

대구시가 한방진료실을 운영키로 한 것은 지난해 개최된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한방진료실이 외국 선수들에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한방육성 대책 수립 추진

정부는 최근 중앙부처, 지자체, 관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한방산업육성협의회'를 설치하고 '한약관리 및 한의약 육성에 관한 법제'를 추진키로 했다.

한의약계는 그동안 한의약 관련 법률 제정을 비롯해 한의약 전담 부서 확대, 한의약임상 연구센터 설립, 국립대에 한의과대학 설립 등을 요구해 온 만큼 정부의 이같은 방침과 후속 조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방관련법 제정은 한의약 발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만들어지면 WTO체제 아래에서의 국내 한의약 산업의 육성 발전과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한약재 재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또 한방의료의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됨에 따라 한방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고, 한방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중장기 한방육성대책 수립을 위한 한방육성대책기획단을 설치한데 이어 전통의약품의 국제표준화 방안과 전통의학의 국제학술교류발전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준 대구시한의사회 홍보이사는 "정부차원에서 한방을 육성하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며 "한의약청 유치나 한방바이오밸리 조성, 국립대 한의과대 설치 등을 추진하는데는 갖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도와 한의약계는 물론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양의학 세계화 '대구선언문' 발표

경산대학교, 중국 북경중의약대학, 미국 미네소타대학교는 지난해 11월 24일 대구에서 한의학 국제심포지엄에서 동양의학의 현대화와 세계화 달성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하는 '대구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또 3개 대학 공동의 학술심포지엄 정례적 개최 등 동양의학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심포지엄과 대구선언문은 한방 발전과 대구.경북을 '한방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첫걸음으로 기록될만하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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