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부처님 오신날

5월 8일은 음력 4월 8일로 카필라성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신 지 2547년이 되는 날이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이기에 이날만을 일년 열 두 달의 8일 중 초파일로 일컫는다.

하늘과 땅위에서 우리 인간이 가장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는 것을 일깨우신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이기에 스스로의 참된 가치를 되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부처님이 계신 곳을 찾아 등(燈)을 켜서 무명(無明)과 무지(無智)를 거두어 내고 광명과 지혜를 갖추고자 소원하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러하기에 지혜의 등불을 밝히니 자신의 어리석음이 스스로 씻어지고 묻혀 있던 자기 내면의 지혜가 빛을 발한다(法燈明 自燈明)고 하였다.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이 오신다는 말을 들은 마을의 주민들이 부처님이 오시는 길이 어둡지 않도록 집집마다 개인마다 등불을 켜고 부처님을 맞이하였다.

그 중 부자인 장자가 밝힌 등은 화려하고 커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때 가난한 한 여인이 자기도 부처님이 오시는 길을 밝히고 싶지만 기름 한 방울 살 돈이 없어 깨어진 그릇에다 기름 몇 방울을 사정사정해서 구걸하여 불을 밝혔다.

그러는 동안 부처님 일행은 길을 지나가 처소에 들어 자리를 정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모든 등불은 기름이 다 타서 불이 꺼졌으나 작은 불빛 하나가 아직도 타오르며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에 부처님을 모신 제자가 부처님께 물었다.

많은 기름의 큰 등불들은 다 타서 꺼졌는데 어찌 가난한 걸인여인이 구걸해서 켠 작은 등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환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느냐고. 부처님께서는 진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지혜의 불을 밝히는 것이기에 어떠한 등불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주위를 밝히기 때문이라 하였다.

초파일. 주변의 사찰에서 무명과 무지를 밝히는 등을 켤 때 크고 아름다운 등도 좋지만 진실로 자신의 무명을 밝혀줄 광명의 등불을 켜고 자신의 내면에 계신 부처님을 찾는 지혜의 등불을 켜도록 하자.

조춘호(경산대 교수 국어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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