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지역조합장 '합병'에 집단 반발

농협중앙회가 올해 193개 지역농협을 합병권고 조합으로 지정해 합병을 유도하는 등 농협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가운데 합병대상 조합장들이 이에 집단반발하고 나서 합병을 둘러싼 중앙회와 지역 농협간의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경북도내 합병권고 대상 43개 조합장들은 12일 오전 11시 경북지역본부 회의실에 모여 '합병권고 통지서'를 일괄 반납하고, 가칭 '농협합병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키로 하는 등 합병에 강경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조합장들은 "농민단체도 아니고 정부도 아닌 농협중앙회가 획일적 기준을 잣대로 합병을 강요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지역농협을 방패로 개혁의 칼날을 막고 중앙회만 도약하려는 의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지역농협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앙회가 어려움이 있을때 마다 지역농협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농정활동에 대한 조사.연구와 지역농협을 지도.지원하는 기능의 전국연합회를 결성하자"고 결의해 농협 경북지역본부가 사태의 추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군위 의흥농협 김장환 조합장은 "정상운영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한 농협을 오로지 기반이 취약하다 해서 일방적으로 합병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합병한 대부분의 조합도 몸집만 비대한채 경영과 관리에 문제점이 도출되면서 적자운영으로 헤매고 있는 만큼 합병이 최선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보농협 박대석 조합장은 "농협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중앙회 스스로 뼈를 깍는 아픔으로 자체 개혁안을 만들어 지역본부와 시.군지부를 먼저 철폐해 농협개혁의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탐탁치 않게 받아들이는 조합도 없지 않다. 영천시 청통농협의 한관계자는 "연간 경제사업량 규모 미달 등 경영약체로 진단돼 지난 6일 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시대적인 대세로 받아들인다"며 "일부 조합장들이 주도한 오늘 모임의 의미를 모든 조합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전농 경북도연맹 채경희(44) 전 농협개혁위원장(경산 와촌농협 이사)은 "영세조합의 합병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경제실적이나 조합이익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겉보기 합병은 문제가 있다"며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 농협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의식개혁이 더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조향래기자

정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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