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뉴타운〈7·끝〉자고나면 아파트 쑥쑥 해바뀌어도 교통 답답

대구 남서부 지역의 관문인 화원도 아파트 신개발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접한 달서구 상인·대곡 지구 개발과 맞물려 시 외곽 지역으로 도시화가 확산되면서,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던 화원이 대규모 아파트와 주택, 상가 등이 즐비한 신시가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천내지구(1천700가구)와 명곡지구(4천280가구)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고, 1천500여 가구인 본리지구는 신흥 단지로 조성돼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달서구에 비해 아파트 분양가가 저렴하고 맑은 공기 등 친환경적인 요건을 구비한게 이점이어서 내집마련 꿈을 안고 대구 도심에서 이주하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선 도시계획, 후 개발'의 체계적인 주거 단지 개발이 아니라, 아파트 개발부터 먼저 시작된 뒤 도로망 확충계획이 뒤늦게 세워지는 등 난맥 행정으로 교통불편과 교육환경의 열악함, 문화시설 태부족 등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다.

◇천내·명곡지구 개발 현주소

황량한 들판이던 천내리는 1989년부터 아파트 단지로 본격 조성되기 시작했다.

토지개발공사가 3만7천여평의 천내지구 택지를 개발해 현재 우방, 보성, 영남, 에덴, 창신 등 9개 민영아파트 단지에 6천3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5층 규모여서 분양 후 6~8개월여만에 사업이 완료될 정도로 주거 개발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당시 분양 경쟁률이 최고 27대 1, 최저 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천내지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는 화원의 중심부로 자리매김한 상태.

10만여평의 논밭이 택지로 개발된 명곡지구의 경우 2년여만에 1만4천여명이 입주를 끝냈다.

함박산을 끼고 친환경적인 전원아파트를 표방하며 조성된 명곡단지는 최적의 공기를 자랑해 화원에서 아파트 시세가 제일 비싼 곳이다.

천내와 명곡 2개 지구 입주민은 2만여명으로 5만여명의 화원읍 인구의 무려 40%를 차지한다.

현재 화원 다른지역에는 5천여명이 입주 예정인 본리지구를 비롯해 성산리 태왕(753가구) 삼주(426〃) 구라리 삼우청솔(497〃) 청구청룡(210〃) 등 10여개 아파트, 1만여가구가 조성돼 1만6천여 전체 화원가구 가운데 아파트 입주민이 60%를 넘게 된다.

◇졸속개발 부작용

천내 우방아파트에 살고있는 백자연(44·여)씨는 천내지구 개발의 무계획적인 대표 사례로 교통난을 꼽았다.

백씨는 "국도에서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는 2차로 도로 500여m는 시내버스 운행이 되는 상황에서 양방향 모두 불법 주차차량으로 홍수를 이뤄 아파트 주민들이 교통 전쟁을 겪고 있다"며, "특히 등굣길에는 자녀들이 안전보행에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아파트 김정만(38)씨는 "대단지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고작 2차로 도로 1개의 진입로만 확보한 것이 말이 되느냐"며 "주민들이 그나마 교통소통을 위해 불법 주차 단속을 달성군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반짝' 단속만 할 뿐 흐지부지되기 일쑤여서 체증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택지개발때 적용되는 주택건설촉진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도 천내지구 교통 혼잡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천내택지개발 조성 당시에는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비율이 60대 40으로 정해졌지만 주거지역의 무단 용도 변경 때문에 현재 단독주택은 100여 가구인 반면 각종 상점은 500여개나 난립해 도심 무질서와 교통혼잡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왕주택이 천내리 옛 서일직물 자리 1만여평에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대구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한 상태여서 천내지구의 무차별적인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명곡지구 역시 불편한 교통문제와 천내천 오염 등 열악한 주변 환경으로 정상적인 주거생활에 장애가 되고있다.

박민기(50·명곡2지구)씨는 "본리지구에 새로 개교한 화원중학교까지 시내버스는 물론이고 마을버스조차 없어 딸이 30여분을 걸어다니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상인동에서 2년전에 이사온 이광해(32·여)씨는 "대구 도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목인 국도 5호선이 상습 정체 현상을 빚고 있어 지하철1호선 진천역을 이용하고 있다"며, "명곡단지에 마을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20여분을 걸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진천역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 등 입주민 불만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주부 노태영(34)씨는 "함박산 입구의 못과 인근 천내천의 오염이 심각해 코를 찌르는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빈약한 교육·문화환경

급격한 신개발에도 불구하고 교육·문화 환경 등 각종 생활시설들의 구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평준화 고교가 화원고등학교 한 곳 뿐이어서 현지 중학교 졸업생들이 일부 달서구의 고교까지 배정되는 등 열악한 교육 여건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화원에 있으면서도 평준화 배정을 받지 못하던 동국고가 내년부터 학교명을 재원고로 바꿔 평준화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3 자녀를 둔 이경희(42·여)씨는 "평준화 고교를 신설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조치에 실망해 아이를 다른 구로 전학시키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학부모 중에는 아예 수성구 쪽으로의 위장전입을 서두르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종합병원과 영화관 등 문화복지시설이 전무한 것도 주민들의 불만 요소이다.

명곡지구 정진영(48·회사원)씨는 "10년 넘게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편의 시설이 한 곳도 없다는 게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주거 개발에만 치중한 행정 당국을 비판했다.

◇기반시설 개발 계획

화원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최대 불편 사항은 대곡~화원~논공을 연결하는 국도 5호선의 만성적인 체증으로 국도 확장계획과 여러 우회도로 개설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전국 국도중 최다 교통량을 기록하며 극심한 교통지옥 현상을 빚고 있는 이 구간의 국도 확장사업(국비)은 빠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화원 우회도로 기능을 하게 될 수목원(대곡동)~명곡지구 사이에 길이 2.3㎞ 상화로(너비 30m) 건설계획이 세워져 설계까지 마친 상태이다.

2005년 개통 예정이나 34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 확보 문제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구마고속도로를 따라 명곡지구~화원유원지~월배차량기지창 사이에 2.8㎞ 도로(너비 30m) 개설은 늦어도 200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오는 6월에 개장하는 달성유통센터에는 하루 1만여대의 진·출입 차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이 구간의 우회도로 개설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명천교~대구교도소~본리지구~국도 5호선 사이에 1.8㎞ 길이의 왕복 4차로 우회도로(너비 20m)가 올 초에 개통돼 국도 5호선 일부 구간 정체는 다소 해소됐다.

문화·휴식공간으로는 여성문화복지센터(설화리)와 군민독서실(천내리)이 올 하반기에 개관될 예정이고, 본리리 뒤편 비슬산에 80여만평 규모의 '용문휴양림' 건설 계획이 수립돼 산림청의 승인이 내려오는대로 본격 추진된다.

축구장·족구장·게이트볼장을 갖춘 10만여평 크기의 명곡체육공원 조성 계획도 세워져 있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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