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과 14일 체첸지방 즈나멘스코예 정부청사와 체첸 제2도시 구데르메스 인근 이슬람사원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90여명이 숨졌다.
러시아의 강경대응과 체첸반군의 게릴라작전으로 피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평화의 길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자살 폭탄테러가 잇따르는 분쟁의 근본적인 이유는.
▲체첸은 1859년 제정 러시아에 합병된 뒤부터 140년간이나 독립을 위한 저항을 계속해 왔다.
소련 해체는 체첸의 독립투쟁에 불을 댕겼다.
91년 독립을 선포한 체첸을 94년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99년에는 체첸군이 인근 다게스탄을 침공하면서 2차 전쟁이 발발한다.
러시아군은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점령했지만 체첸군은 게릴라전으로 대응하며 현재까지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왜 러시아는 많은 피해를 당하면서도 체첸의 독립을 승인하지 않는가.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체첸은 지정학적으로 중요 위치에 있다.
체첸이 독립한다면 러시아입장에선 미국의 중앙아시아 북진전략을 견제하는 방법이 없다.
또 독립 수용 땐 인근 여타 소수민족의 독립 도미노현상을 감당할 수도 없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내 2천만명에 달하는 이슬람세력의 급진주의 확산이다.
이 부분에선 미국과 전략적으로 상통한다.
경제적으로도 러시아로선 속셈이 있다.
체첸은 유전이 풍부한데다 카스피해 유전과 그 원유를 실어내는 석유 파이프라인이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통과해 흑해로 연결하는 경제 동맥이다.
러시아 남진정책의 중요 통로인데다 무역로인 이곳을 러시아로서는 놓칠 수 없다.
-체첸사태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나.
▲러시아와 서구 열강의 역학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와 같이 러시아와 유럽연합 등 서구가 협력관계에 있을 때는 체첸 독립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
러시아와 대립관계에 있을 땐 체첸의 인권을 계속 거론해오던 미국도 9.11테러 이후 전세계가 체첸반군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자 테러에 공동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방 국가들도 푸틴의 친 서방정책을 의식해 러시아군의 과잉 공격과 고문 학살 처형 등 인권유린 행위를 외면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같은 관점에서 체첸 반군을 다른 이슬람 급진단체와 연계시켜나가고 있다.
-자살테러가 잇따르는 이유는.
▲체첸의 민족성이 자살테러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체첸은 러시아내 120여 소수민족 중 가장 용맹하고 전투적이다.
체첸 사회는 공동체 씨족집단이 뿌리내리고 있는 문벌사회다.
복수를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그만큼 민족독립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일부에서는 이슬람국가인 체첸에서 이슬람 급진세력의 후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분쟁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문제는 러시아연방 자체가 소수민족 분쟁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군부와 정치권력들과의 갈등관계를 희석시키는 속죄양으로 분쟁을 활용하기도 한다.
푸틴도 역시 총리시절 체첸 반군 진압으로 인기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러시아 정부는 선거 때마다 안보논리로 이용해왔다.
약소민족의 설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평화적 해결방법은 없나.
▲분쟁의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어느 일방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러시아가 체첸을 포용하는 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러시아 정부가 체첸인들의 독립에 대한 정서를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를 수렴해 독립까지는 못가더라도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길이다.
또 체첸을 러시아의 큰 경제단위로 묶어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는 것도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담.정리=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