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원로 지인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우리나라 같이 노동생산성이 낮고, 노사정 불신이 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나라에서 주5일제를 하면 뭘 먹고 사느냐"고 걱정하였다.
"며칠전에도 서울을 다녀오는데, 온 나라가 노는데 정신이 팔린 것 같다.
망조가 든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는 다소 주관을 앞세운 우려였다.
과거에는 일하기 위해서 쉬는 시간에 불과했던 여가의 개념이 바뀌어 이제는 인생의 중요한 목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주5일제로 대변되는 여가사회로의 변화는 선진화된 의식구조와 책임을 다하는 시민정신 그리고 창조성과 생산성에 바탕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질높은 경제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주5일제는 법적으로 공표가 되지 않았고, 경제활동의 3주체인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적응방식까지 달라서 갖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고, 여가를 여가답게 보내려는 분위기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원시시대 자급자족 체제로부터 분업체제가 발생하면서 경제가 진보했던 것처럼 주5일제는 여가레저산업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이나 기업의 주변적 업무를 대행하는 기업의 탄생까지 예고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짧아지고 귀중해진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생산성의 원천이 바로 기업의 부가가치로 직결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직원들을 부가가치가 있는 전문분야로 집중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포스코 홍보팀 배창민 과장은 이를 위해서 부가가치가 낮은 비전문 분야를 과감하게 합리화하고 외부의 전문기업에게 위탁하는 아웃소싱을 도입했다고 밝힌다.
이른바 기업체에서 필요한 각종 물품구입을 대행해주는 구매대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기업의 시설물을 유지(M;maintenance)하고 보수(R;repair)하거나 사무실을 운영(O;operation)하는데 필요한 대형 구매대행사 대여섯개가 성업중이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IMK, LG에서 운영하는 LGMRO, SK그룹에서 운영하는 MPRO-코리아, 코오롱그룹에서 운영하는 KP 등이 대표적인 구매대행사이다.
포스코에서 거래하는 구매대행회사는 엔투비. 엔투비는 2001년부터 각 기업체의 구매대행을 본격화, 전국의 90여개 거래기업을 확보했다.
엔투비가 취급하는 구매대행은 볼펜 A4용지를 포함한 문구류에서부터 포스코에 들어가는 볼트 너트 전기스위치 철강자재까지 무한대다.
엔투비는 또한 대구의 세신금속 등으로부터 납품 자재를 공급받는다.
KT는 사무용품이나 문구용품 등의 구매를 맡겼다.
엔투비의 2002년도 거래규모는 1천500억원이고, LGMRO의 2002년도 거래액은 4천억원에 달했다.
LGMRO에 구매를 맡기고 있는 기업은 267개나 되며, 취급 상품의 종류도 41만가지에 이르고 있다.
이들 구매대행사에 구매를 맡긴 기업들은 구매부서를 아예 없애거나 담당자 한두명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 외에도 대량 구매 효과를 활용한 조달원가 절감 효과까지 얻고 있다.
"주5일 시대가 되면 근무의 선택집중도를 높여야합니다.
비효율적이거나 가치가 낮은 부분에 대한 인력투입을 과감하게 단절하고, 기업의 주요한 부분에 인력을 전력투입, 전략적인 이익을 구하려는 기업문화가 진작되게 됩니다".
엔투비 조평래 차장은 "구매대행의 장점은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뿐 아니라 공동구매를 통해서 원가절감 효과 그리고 남아도는 인력을 필요한 부문으로 재투입할 수 있는 휴먼 리소스 기능까지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매대행만이 아니라 인사업무를 대행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급여지급, 사회보험, 복리후생(카페테리아 제도, 지난 3회분 참조) 업무 등 일부 인사부문을 분리해서 '휴먼파트너'라는 기업을 신설했다.
이러한 아웃소싱 전략은 아직까지 비핵심적인 분야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핵심적인 분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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