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비주류 전락'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이어 지도부(원내총무.정책위의장) 경선에서도 지역출신 의원들이 잇따라 낙마, 대구.경북의 '정치력 부재'가 현실로 드러났다.

강재섭 의원의 대표경선 3위 차지에다 안택수.김만제 의원의 총무 및 정책위의장 경선 실패로 지역 정가는 내년 총선에서의 민심이반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같은 결과는 대구.경북 정치권의 구심력 부재에다 지역 의원들간 사분오열까지 겹친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대구.경북은 사실상 당내 비주류로서 향후 입지를 모색해야 하는 형편이 됐다.

▨대구.경북의 '아노미'=지역 정치권이 '아노미 현상'에 빠져드는 가장 큰 원인은 뭘까. 허주(김윤환 전 의원)로 대표되던 대구.경북의 단결력이 허주의 '팽(烹)' 이후 구심점을 잃어버린데서 기인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과 질에서 타지역에 못지않은 좋은 인적 자원을 지니고도 중앙 정가에서 제 목소리 내는 인물이 없었던 이유도 이같은 지도력과 구심점 부재 때문이라는 것.

'제 팔, 제 흔들리기'와 '도토리 키재기식 내부 자리다툼'에만 몰두했을 뿐 정당한 가치와 권위에 대한 서로간의 신뢰를 키울 수 없었고, 사람을 키울 수도 없었다고 지적하는 이가 많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이 사람을 못 키우는 척박한 토양이 된데는 지역 정가 내부에도 원인이 있다"며 "서로 헌신하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마련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경북 정치인의 몰락이 의원 개개인에게도 원인이 있지만 지역 내부의 신뢰도가 뒤를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않다.

▨사분오열의 결과=대표경선 직후 실명으로 일부 의원들을 거론하며 대구.경북내 '최병렬 대표 지지 7인방'이니, '서청원 지지 4인방'이니 하는 소문이 떠돌았다.

풍문이라 쳐도 지역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총무경선 역시 지역 정가의 내부조율 없이 출마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총무 4수째인 안택수 의원이나 재수생인 임인배 의원이 사전 조율을 거쳐 단일 후보를 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다 안.임 의원의 출마는 결과적으로 대구.경북에 대한 타지역 의원들의 배타심만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영남당이라는 수도권 일부 의원들의 비판의식이 부산.경남 보다는 대구.경북을 겨냥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구.경북의 사분오열은 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꼴찌나 진배없는 김만제 의원의 4위 성적은 김 의원 개인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지역 내부서조차 '엽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내외 위원장 241명 중 김 의원을 지지한 표는 고작 24표. 김 의원측은 "확실한 강원지역 지지표(9표)에다 타지역 지지표를 빼면 대구.경북 표는 10표 안팎에 불과하다"고 허탈해 했다.

때문에 '대구.경북은 하나'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중앙정가에서 새로운 정치력을 선보여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한계와 허위의식을 솔직히 인정하고 밑에서부터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