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대-전산 심사에서 바라본 의료 정책

최근 정부는 8월부터 감기환자 진료비 심사를 일정한 심사틀에 맞추어 전산 심사로 완전 전환하기로 하였다.

또 감기 등 경증질환의 본인 부담률을 높이고 혈우병, 각종 암 등 중증 질환에는 상한제를 두어 그 이상은 건보재정에서 부담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의료비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매년 일정액의 의료비만 지불하는 총액 예산제와 경중에 관계없이 병명에 따라 일정한 의료비를 지불하는 포괄 수가제(DRG)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 특정 상품(담배)에 세금(1,000원)을 더 부가해 저소득층과 흡연자를 위한 재정에 충당하기로 했다.

의료 사회보장 기능 문제

이런 정책들은 국민 부담 증가와 각종 규제 강화로 요약되며,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감기환자는 증상, 체질, 정도, 기간에 관계없이 붕어빵식 동일 처방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심사 편의와 건보 재정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국민의료의 질적 향상이 보장돼야 한다.

국내 의료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펴낸 'OECD 보건의료 데이터 2003' 에 의하면 OECD 30개국 중 한국의 의료비 민간지출은 55.6%로 미국 다음으로 높고, 본인 부담률은 41.3%로 멕시코 다음으로(대체로 10∼20%) 나타나 실질적 사회보장보험 기능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편 공보험 보험료율은 한국 3.94%, 독일 14.4%, 프랑스 13.5%, 일본 8.8%이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한국 5.9%, 미국 13.1%, 독일 10.6%, 프랑스 9.3%로 평균 8.1%로 파악되고 있다.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우선 너무 적게 보험료를 내고 총의료비 지출은 낮으면서 질병에 한번 걸리면 본인 부담이 엄청 높다.

의료제도에 있어 최선은 없으며 각 나라마다 자기 모델이 있을 뿐이다.

의사 배출에서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영국식에서부터 개인의 자율경쟁과 시장경제에 맡기는 미국식까지 의료제도 스펙트럼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책임지는 몫이 10%내외에 불과하며, 과정은 의사 개인부담의 미국식, 결과는 사회가 공유하는 영국식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 자율처방 진료해야

의료는 자유업이자 자영업이다.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과 경영, 즉 처방과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정책이 전환돼야 한다.

그러한 역할은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몫이다.

필자는 수년간 의사단체에 관여하고 2000년 의료대란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몇가지 제안하고자한다.

첫째,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3.94%의 보험료율로는 도저히 양질의 의료와 건보재정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최소의 경비로 최선의 의료 혜택은 꿈이며, 적정경비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연간 의료관련 총지출을 살펴보면 2002년 건보 제도권 약19조, 한방의료(추정) 10조, 건강식품·의료기구 등 의료 주변 포함 약 30조~40조원으로 추정되며, 이것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자는 것이다.

둘째, 의과대학과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의사수의 증가는 결코 의료 수준을 높이지 못하며 과당경쟁과 일회성, 비밀성, 응급성, 환자 개인의 특이성 등 의료의 특성상 질적 저하와 총의료비가 증가한다.

매년 41개 의과대학에서 3,6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10년, 20년후 엄청난 부작용이 예견된다.

의대로만 몰리는 고급 인력이 기계, 전자, 컴퓨터, 첨단산업 등으로도 진출할때 총체적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의과대 학생수 줄여야

셋째, 전공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상황에서 피교육자란 명분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근무환경, 위험수당, 식사와 취침, 신변보장, 급여인상 등 최소한 법률적 테두리내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의료대란 당시 어느 정도 약속되었으나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넷째, 의료계 내부 자율정화가 강화돼야 한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연간 6억건의 진료비 심사중 청구 착오·부당 삭감을 포함하여 0.1%미만의 부정확이 있었다.

의료는 그 특성상 자칫 천민 자본주의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천 명중 한 명의 잘못이라도 비난받아 마땅하며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다.

생명과 관련된 의료분야는 더욱 윤리적으로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전문직능인으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 의사회는 아픔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자율정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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