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마당쇠의 사과

이능화(李能和)는 구한말.일제시대의 역사.민속학자다.

친일 어용단체인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이씨는 종교.민속분야에 많은 책을 남겼다.

그 가운데 하나로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란 책이 있다.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 즉 기생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평양기생학교를 세세히 소개하고 있다.

3년 과정의 기생학교는 가곡.서화.수신.창가.조선어.산술.무용.잡가.일본노래 등을 빡빡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갑오개혁이후 기생은 신분이나 지조, 예능 수준에 따라 일.이.삼패로 나뉘어졌다.

삼패 기생은 가무서화를 못하며 잡가 정도를 겨우 부르는 창녀들을 말한다.

'꽃구경하는 동네(嘗花室)' 안에서만 사창영업을 한 부류다.

이패는 몸을 팔지 않는 체 하며 기회가 무르익으면 정을 주고 몸도 판다 해서 은군자(隱君子)로 불리운 기생 집단이다.

일패는 궁가나 관가의 잔치에 가무를 제공하는 기생으로 몸을 팔지도 않으며 요구해서도 안 되는 기생이다.

▲평양 이외 지역에서는 기생을 길러내는 사숙 즉 교방이 있었다.

이들 교방의 교육내용이 제각각이어서 지역별 기생의 특징이 있었다.

안동 기생은 '대학'을 거침없이 암송할 정도로 유식했다.

강릉 기생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함흥 기생은 출사표, 영흥 기생은 용비어천가가 특기였다.

또 의주기생과 북청기생은 달리는 말 위에서 검무나 무예를 부릴 줄 알아야 기생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대구 U대회 개막과 함께 북한 응원단이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거기에 꼭 따라붙는 말이 '남남북녀'다.

이능화가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기록에 남겼다고 한다.

당시에는 피부가 희고 얼굴이 갸름하며 외꺼풀 눈인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다.

기후 조건상 북쪽으로 갈수록 이런 여성들이 많아 북녀가 탄생한 것이다.

남자의 경우는 얼굴이 넓적하고 피부색이 좋은 남쪽 남자를 잘난 인물로 쳤다.

그것이 남남의 사연이다.

▲대구 U대회 북한 선수단이 보수단체 3명의 확성기 시위와 불명확한 응원단 숙소 침입을 문제삼아 "사죄하지 않으면 남은 경기를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손님치고는 너무 별나고 무례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들에 대한 정부나 조직위, 일반 시민들의 환대는 너무 지나치다고 우려 할 정도였다.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에 뛰어들어 난투극을 벌여도 손님이려니 하고 우리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제는 있을법하지 않은 일까지 들먹이며 사죄를 요구하니 딱하기 그지없다.

잔치 분위기는 보지 않고 밥그릇에 든 한 톨 뉘를 구실로 잔칫상을 뒤엎으려는 처사가 아닐까 싶다.

집 주인과 집사가 사과했으니 이젠 마당쇠가 사과할 차례인가.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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