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복도 유행이죠" 고희 넘긴 한복전문가 서영애씨

"한복 색깔 유행이 곧 바뀔 겁니다. 전체적으론 현재의 파스텔계열에서 원색으로 돌아가고, 연두 저고리와 빨간 치마로 대표되는 신부 한복 색깔도 진분홍이나 체리핑크 등으로 유행 색상이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한복 트렌드를 소개하는 잡지나 신문에 실린 한복 유행 전망이 아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한 한복연구가의 예감이다. 60여년간 한복만을 만들어온 서영애(74.여)씨. 서씨는 별다른 조언이나 정보, 자료없이도 향후 한복의 유행 경향을 자신있게 예감해 낸다. 그저 지금까지의 노하우와 '감'으로 한복을 만든다. 그러면 2, 3년 후엔 어김없이 전국적인 한복 유행 경향이 된다. 이러한 서씨의 눈썰미와 감각은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60여년간의 전통 한복 제작의 외길만을 걸어오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어머니로부터 물러받은 '끼' 덕분이다.

서씨가 한복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9살 무렵. 어머니가 한복 만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혼자 재미삼아 저고리를 만들어본 것이 한복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 서씨의 어머니 고(故) 김말분씨는 6.25 전쟁 직후 대구 동성로에 '삼삼(三三)한복'이란 한복집을 열어 솜씨좋은 한복집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눈썰미와 바느질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아요. 70살이 넘었지만 돋보기가 필요없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타고난 바느질장이인 모양이예요".

서씨는 어머니가 사용했던 '삼삼한복'이란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면 실수가 없다는 의미로 아버지가 지어주신 상호예요. 그 뜻을 새기며 지금껏 '삼삼'이란 이름을 고집하고 있어요".

서씨는 어머니와 함께 한복을 만들며 연구한 끝에 1960년대 초 한복 저고리를 제도할 때 쓰이는 깃, 섶, 도련, 소매의 본을 만들어내는 등 한복 옷본의 기본틀을 만들기도 했다. 이것은 당시 전국의 한복학원과 디자이너들이 구해 사용할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또 고름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저고리에 똑딱 단추를 단 것도 서씨의 아이디어. 서씨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입을 수 있도록 한복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우리옷을 알리기 위해 해외 여러 나라에서 전시회도 가졌다.

"경제사정이 좋았던 80년대 중반이 한복의 전성기였습니다. 지금은 명절이 돼도 예전만 못하지요. 한복을 입을 기회가 없는 것도 큰 문제예요. 이 때문에 한복이 사양길로 접어든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고 합니다".

서씨의 한복에 대한 사랑과 고집은 '죽음이 곧 은퇴'라는 말에 잘 담겨 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손에서 한복을 놓지 않을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평생동안 만들어온 작품들을 모아 한복의 아름다움과 변천 과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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