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소설가 김용성의 장편소설 '이민'은 남미 대륙으로 떠나간 사람들의 4반세기에 걸친 고난사를 그리고 있다.
안수길의 '북간도', 조정래의 '아리랑'에도 이민자들의 삶이 그려져 있지만, 이들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이민'이었다기보다는 '망국의 유맹(流氓)'이었다고 해야 옳다.
하지만 '이민'은 5.16 이후 정부가 '농업 이민'을 권장하던 시기에 독재와 가난을 피해 자발적으로 우리나라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더구나 소설 '이민'은 이민자들이 꿈을 이루기는커녕 고난과 실패로 좌절된 모습들을 부각시켜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어느 시대에도 그랬듯이, 이민은 불안정한 개인의 삶과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맞물리어 있다.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삶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심리가 주동기여서 '회피적 저항'이라는 빛깔도 띠고 있다.
근년 들어 부쩍 늘어난 이민 행렬도 우리나라의 교육과 정치에 대한 환멸과 염증, 불만과 불안의 반영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특히 20~30대의 젊은층이 많은 건 큰 문제다.
▲최근 이민 열풍에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현지 교포나 외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미국.캐나다 등으로 이주하려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의 '결혼 이민'은 여성이 주류였으나 그 판도도 남성으로 바뀌었다.
국제결혼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20~30%나 늘었으며, 그 중 63% 정도가 남성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장 많은 모양이다.
▲근래의 결혼 이민을 통한 '탈한국' 열풍은 자녀 교육 문제, 실업 문제, 경제난, 정치.사회적 혼란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풍속도마저 달라지고 있다.
취업.사업.연고 이민의 요건과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국제 결혼을 할 경우 시민권.영주권 취득이 쉬워져 교포나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이민 대열에 합류하려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바람에는 국제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작용하겠지만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제 세태도 지난날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개인주의, 삶의 질 찾아 나서기, '지구촌' 의식 등만 하더라도 그렇다.
김용성의 소설 '이민'이 환멸과 불안은 장소만 달라진다고 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결혼을 이민의 수단으로 삼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검증도 없이 외국 사람과 무작정 결혼해서 문화적 차이 등으로 실패한 경우가 이미 얼마나 많았던가. 아무튼 지금.여기가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는 데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겠지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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