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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공인(公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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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때의 형조 판서 민진후가 출가한 누이동생 집에 들렀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녁상이 차려져 나왔는데, 반찬으로 김치 하나만 달랑 올려져 있었다. 누이동생은 민망스러웠다.

전날 시아버지 제사 때 쓰고 남은 송아지 고기를 대접 할까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국법에는 사사로이 가축을 잡을 수 없었고, 오빠가 법을 집행하는 최고위 관직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이동생은 망설임 끝에 불문조치를 다짐받은 후 사실대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고기음식을 맛있게 먹은후 누이동생 집을 나선 민진후는 곧바로 포졸들에게 "범법 행위를 한 이 집 하인을 잡아 가두라"고 명령했다. 누이동생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곧이어 원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음날 아침, 잡혀갔던 하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형조 판서께서 이른 새벽, 포도청으로 나오시어 벌금을 대신 내 주셨습니다. 오누이의 정으로 구워 낸 고기를 아니 먹을 수도 없고, 또 죄를 지은 것을 알고도 사사로운 정에 연연할 수도 없었다고 하십디다".

공인이란 이처럼 명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패정치와 타락행정이 체질화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청신한 일화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첨단을 걷는 정보화시대에도 검찰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후진체제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몇 대에 걸친 대통령 비리가 참여 정부 들어서도 여전한 것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 밝은 사회를 열기는 글렀다는 비관을 갖게 한다. 그럴수록 공인에 대한 감시는 더욱 철저하고 집요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법원은 공인을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미칠 의사를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리가 클수록, 여론 방어능력이 클수록 그에 대한 비판은 가혹해진다.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공인이 그 자리를 유지할만한 자격이 있는가를 계속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채로운 것은 공인의 범주에 교사도 포함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을 책임지는 자는 그에 걸맞은 직무자세와 높은 도덕수준이 요구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선택할 권한이 없는 만큼 국가가 일정의 자격과 윤리를 요구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열린 우리당 송영진 의원이 지난 주말 한국인 출입이 금지된 미8군 사령부 카지노장을 출입했다가 온 나라에 구정물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 뿐 아니라 소속 당과 정치권, 더 크게는 나라 전체를 망신시킨 행동임에 틀림없다. 송 의원은 "카지노에 처음갔다"고 해명했으나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대선 비자금과 이라크 파병, 노동계의 총파업이니 하여 나라가 요동치는 마당에 그럴 정신이 있었다는 말인가. 스스로 물러나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속죄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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