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대-대학사회에 대한 자기 성찰

스위스 로잔에 있는 연구소 IMD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관이다.

이 연구소에 의하면 작년 2002년 한국의 총체적 국가경쟁력은 이름있는 나라 49개 중 27위인데 반해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41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의 바닥이다.

우리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톱을 달리는데, '우째 이런 일이?'. 대학사회에 직접 몸을 담고 있는 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첫째는 '대학인들의 잘못된 의식'이 문제다.

우선 국공립대의 경우 주인의식 혹은 책임의식(Accountability)이 부족한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체제의 강점은 소유의식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책임을 묻는 사람과 책임을 지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공립대학의 업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묻는 곳은 기껏 정부의 해당기관 정도이고 그것도 느슨하기 그지없다.

연구비의 투자 효율이 의심스럽다는 것이고 눈먼 돈이 날아다닌다는 말도 쉽게 들린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공립대학은 그 하나하나가 조직체이다.

따라서 그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적이 있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들이 힘을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공립대학의 경우 철밥통이 보장된 이상 전체 조직에 대해 신경 쓸 필요성은 저감되면서 자기이익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는 아주 익숙해 있다.

그러니 전체 의견을 한 곳으로 모아 변화를 시도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학교에서는 모든 교수가 다 총장"이라던 한 국립대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또한 총장을 선출하는데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직선제를 택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커녕 오히려 파벌로 갈라져 있어 힘의 분산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더 잘 발달되어 있고 교육제도가 더 잘 되어 있다는 미국에서도 총장을 투표로 선출한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데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사립대학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부분 주인은 있으나 그 주인의 의식이 문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주인들이 학교를 '구멍가게'정도로 생각하며 투자는 최소화하고 개인의 이익은 극대화하려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로는 "국가미래를 짊어질 인재육성을 위한 숭고한 교육사업"이라고 하나 속을 들여다 보면 몰래몰래 파먹는 꿀단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사권, 재정권을 가질 수 없다면 뭣하러 학교를 세우겠나?"하고 열을 올리던 한 학교의 재단이사장이 생각난다.

얼마나 적나라한 표현인가? 자기가 세운 학교이므로 학교는 언제나 자기 것이어야 하고 따라서 자기 뜻대로 해야겠다는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대학들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두 번째는 대학행정력의 결핍이다.

대학의 특성상 총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은 대부분 교수들이 맡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학교의 중간 보직을 맡아본 경험은 있겠지만 조직관리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아니다.

자기 전공분야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다 보니 기회가 닿아 발탁되었고 그러다 보니 체계적 준비과정 없이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만 갖고 학교를 경영하게 되는 것이다.

실상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개 이런 사람들이 모두 교수고 박사이니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무슨 일을 맡겨도 잘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학교경영을 맡기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여러 단계의 훈련을 거친 후 비로소 경영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학교는 그 특성상 거의 모든 일이 1년 단위의 주기로 움직이는데, 이는 한번 잘못 시행된 일은 1년 후에나 수정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대학의 경쟁력을 진정으로 제고시키기 원한다면 그 핵심집단인 보직자들의 경영능력을 함께 향상시키는데도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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