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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딛고 '희망' 그리는 장애인미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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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입으로 또 어떤 이들은 발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캔버스 위에 옮겨 놓았습니다.

비록 눈물로 얼룩진 전시회입니다만 좌절과 방황을 끝내고 새롭게 삶을 다잡는 마음들만은 넘쳐납니다".

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용산동 학생문화센터 전시실 '대구장애인미술협회 창립전(~18일)'에는 불의의 사고 이후 좌절과 방황을 딛고 우뚝 일어선 이들이 그린 작지만 울림이 큰 작품들로 가득찼다.

지체장애인 송진현 박태숙 김준우 곽종철 김리나 문성국 김소영 송희영씨. 그들은 관객은 거의 없었지만 소중한 땀의 결실을 내놓은 것 만으로도 만족한 듯 함박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96년,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학사장교(대위)로 근무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송진현(35)씨. 목 아래 신체를 쓰지 못하는 육체적 고통보다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아픔이 더 컸다.

2년 동안 방황하던 그는 재활훈련을 받던중 입이나 발로만 그림을 그리는 '구족 화가'들을 만나면서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송씨는 "자연풍경이나 전시회를 직접 보기가 여의치 않다"며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고 바깥 출입이 어려워 풍경이나 인물사진 등을 소재로 해야한다는 게 가장 힘든 점"이라고 했다.

대구장애인미술협회 회원들은 모두 비슷한 과정과 어려움을 겪었다.

99년 88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박태숙(34)씨는 '설경' 등 자연풍경을 통해, 송희영씨는 도자기 공예로, 김리나씨는 '휄체어를 탄 여인' 등을 통해 소망과 기원을 표현하고 있다.

4년 전, 지역 재활프로그램중 '미술반'에 모이게 된 것은 '가족을 얻은 것 못지 않은 선물'이었다.

서로 부딪치고, 함께하면서 이들은 한 가족과 다름없이 서로의 아픔을 달랬다.

그리고 희망을 키워갔다.

협회 총무를 맡은 박태숙씨는 "1주일에 세 차례 모여 공동 작업을 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가족 못지않다"고 말했다.

주위의 따뜻함도 이들에겐 큰 힘이다.

대구 서문교회가 지난해 11월 자그마한 작업실을 무상 임대해줬고, 서양화를 전공한 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대성(45)씨는 4년 전부터 그림공부는 물론 밥을 먹여주거나 청소를 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 않고 도와주고 있다.

강사료도 이번 전시회를 위해 몽땅 내놓았고, 미술도구까지 사서 보탰다.

협회장인 송진현씨는 "장애로 실의에 빠진 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아픔을 함께 하고 전시회도 정기적으로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림을 계기로 하나가 된 이들은 육체의 아픔을 훌훌 털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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