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유치원.초교생 5.8% '머릿니'와의 전쟁

"앗, 사라진 줄 알았던 머릿니가...".주부 이모(34.북구 침산동)씨는 며칠 전 유치원생인 딸의 머리를 손질해 주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어릴 적에나 보았던 머릿니가 기어다녔고 머릿니의 알인 서캐가 비듬처럼 머리카락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씨는 동네 약국에서 샴푸형 살충제를 구입한 뒤 아이의 머리에 발라주고 남편과 함께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뒤지며 머릿니를 잡느라 밤잠을 설쳤다.

이씨는 며칠 뒤 자신의 딸뿐 아니라 이웃집 자녀와 딸 아이 친구들에게도 머릿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머릿니가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사라졌던 것으로 여겼던 머릿니가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 여자어린이들에게 주로 기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머리털에 기생하며 피를 빨아먹는 머릿니는 애완동물 사육증가와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단체생활 등 영향으로 숙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약국과 피부과 등에는 머릿니 환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달서구 두류동 ㅎ약국 석광철 약사는 "자녀가 머릿니에 감염돼 약국을 찾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며 "대부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여자 어린이들로 머리카락을 기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달서구 씨엘피부과 이무웅 원장은 "머릿니가 있는데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다 신체접촉으로 인한 전염성이 있어 유치원,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용태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유치원생 및 초등학생 7천495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 5.8%가 머릿니에 감염됐다는 것.

특히 농촌 여자 어린이의 감염률이 20.3%로 가장 높았고 도시여자 어린이 감염률이 6.1%로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남자어린이는 농촌에서 1.6%, 도시에서 0.6%만 감염됐다.

전문가들은 "머릿니는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고 조금씩 있었지만 인식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가을철에 다량 번식하고 접촉을 통해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환자가 있는 가정이나 유치원 등지에서 집단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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