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로당 심부름 김주용씨

'담배 심부름은 60세, 마을대표 씨름선수 출전은 62세, 상여매기는 70대 이상'.

100세 이상의 어른들이 많은 장수촌 이야기가 아니다.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우리 농촌의 현주소다.

추곡수매가 있었던 5일 김주용(60.영양군 청기면 저리.사진)씨는 하루종일 벼 가마니를 마당에 내리고 트럭에 싣는 일들을 아무 말 없이 해야만 했다.

마을에서 이 일을 해낼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경주 김씨 집성촌인 이 마을엔 현재 50가구 120명의 주민이 살고있다.

이 중 70세 이상은 50명이나 되지만 40, 50대 남자는 10명이 채 안된다.

이 마을 경로당 출입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김씨는 "아직도 마을 행사 때는 술과 떡을 나르고 윗목에 앉아 전화도 받고 어른들 시키는 대로 담배심부름이나 하는 위치"라며 웃었다.

특히 마을에 초상이 나면 상여꾼 12명 중 4, 5명은 70대 이상이다.

심지어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 주검에 80대 어른들까지 상여를 메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씨는 "마을 노인들이 이따금씩 '나 죽으면 누가 장사를 지내줄까'라며 장탄식을 할 땐 마음이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 이웃 형님(62)은 아들이 판사지만 아직도 앞장서서 마을 일을 해야하는 형편이라며 "면체육대회 때는 덩치 큰 젊은이들이 없어 아직도 씨름선수로 출전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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