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1년 후의 홍콩,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으로 내린 첵랍콕 국제공항은 한국의 가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맑은 하늘로 여행객을 환영했다.
공항이 있는 란타우 섬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현수교 칭마대교를 지나 구룡반도의 도심을 들어가며 활기찬 거리를 보는 순간 기우는 사라졌다.
국제도시답게 각양의 인종들이 활보하는 그곳엔 더 이상 마스크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준비해간 한국산 마스크는 홍콩의 화려한 야경을 구경하는데 전혀 필요가 없었다.
구룡반도 침사추이 시계탑 뒤편에서 태극권 무료강습을 촬영 중이던 말레이시아의 광고제작업체 MDK 매니저 벨라 윌리엄양은 "지난 봄 뚝 끊기다시피 했던 말레이시아인들의 홍콩관광이 다시 러시를 이루고 있다.
매일 항공편이 꽉꽉 찬다"며 요즘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시 활기를 되찾은 아시아의 진주 홍콩에 가면 놓치지 말아야할 몇 가지를 살펴보자.
▨이벤트=지금 홍콩은 겨울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는 갖가지 장식들과 행사들이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센트럴 스퀘어의 높이 33.5m 초대형 트리와 각 건물마다 형형색색의 반짝이 등이 밤을 밝히고 있다.
이 축제가 끝나면 처음으로 야간에 치러지는 홍콩 국제 구정퍼레이드가 음력 '원숭이 해' 첫날을 연다.
구정퍼레이드가 되면 호텔 방값이 최고로 치솟고 거리엔 사람들의 물결로 어깨를 서로 부딪치며 걸어야 한다.
내년 3월이면 홍콩영화 스타의 거리가 새로운 관광지로서 또 다른 볼거리를 준비한다.
▨야경=홍콩섬 남부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 본 도시야경은 홍콩의 자랑거리. 경사 45도의 산비탈을 따라 피크트램을 타고 오른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가히 백만불짜리다.
해가 지면서 변하는 하늘색과 함께 거대한 마천루의 불빛이 하나 둘씩 불을 밝히면서 서서히 장관이 완성되는 것을 감상하려면 조금 일찍 올라야 한다.
그곳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 데코'에서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며 재즈 생음악을 듣고 동서양의 요리를 맛보노라면 눈과 귀와 입이 함께 즐거워진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구룡반도와 홍콩섬과 인근 섬을 오가는 유람선 스타페리 투어를 타며 보는 야경이다.
빌딩 전체 유리창에 새겨진 크리스마스 카드, 연하장 모양의 네온사인과 우뚝 솟은 88층 높이의 국제금융센터빌딩의 화려한 불빛쇼는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보았던 느낌과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음식="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다.
중국 음식 가운데 '딤섬'(點心 :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가벼운 스낵 종류)이야말로 눈과 입으로 동시에 맛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수백가지의 다채로운 맛과 모양의 딤섬은 맛과 멋이 정성으로 어우러져 딤섬을 먹지 않고는 홍콩을 여행했다고 할 수 없다.
새우.삭스핀.대구살 등 해산물과 완두.표고버섯 등 채소, 찹쌀.깨.팥 등 곡류, 소고기.돼지고기 등이 함께 어우러진 딤섬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그 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개성 있는 퓨전음식이다.
홍콩시청 건물에 있는 대형 중국음식점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선정 딤섬을 즐기기 위해 줄 선 사람들 틈에서 맛난 칼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선 대구의 작은 가게 앞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명소=빅토리아 피크에는 밀랍으로 세계 유명인사들을 재현해놓은 마담투소박물관이 있다.
마돈나,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부시 미국대통령, 아널드 슈워제네거, 아인슈타인, 이소룡 등의 밀랍인형이 있으며 최근엔 축구스타 베컴도 추가됐다.
구룡반도에 있는 웡타이신사원은 유교와 도교, 불교가 통합된 종교사원이다.
새해 인사 중 가장 중요한 덕담이 돈 많이 벌라는 것이고 보면 홍콩인들에게 있어 이 사원은 종교를 넘어선다.
기독교 계통의 신도들조차 이곳에서 소원을 빌기도 한다.
홍콩의 이태원이자 압구정동으로 불리는 홍콩섬 '랑카위퐁'은 젊은이들의 열기가 밤새 뿜어져 나오는 곳. 홍콩섬 센트럴 역 인근 넓지 않은 골목에 크고 작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밤이 되면 몰려든 젊은이와 여행객들로 생기가 넘쳐난다.
외국인과 홍콩의 젊은이들은 카페 안팎에서 맥주를 손에 들고 웃고 떠들며 지구촌의 친구들을 사귀는데 밤이 짧다.
▨쇼핑=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는 쇼핑과 선물. 대부분의 가게가 면세인 홍콩에서 세일까지 잘 맞추면 파격적인 알뜰쇼핑을 즐길 수 있다.
홍콩섬에 있는 랜드마크와 퍼시픽플레이스, 하버시티 등의 쇼핑몰은 구치, 펜디, 아르마니 등 명품이 즐비하다.
코즈웨이 베이는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곳으로 홍콩 젊은이들의 패션감각을 엿볼 수 있다.
구룡반도의 몽콕은 한국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곳으로 이른바 짝퉁(명품 모조품)과 새시장, 저렴한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시장이 유명하다.
이곳은 영어를 쓰느냐 광동어를 쓰느냐에 따라 상인의 호가가 달라진다.
서문시장이라고 생각하고 끈질기게 흥정하니 20~30% 이상 값이 금세 내려간다.
김대호기자 dh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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