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프로야구 현주소(중)-스포츠 마케팅 문제없나

이승엽(27)이 일본진출 기자회견을 하던 날인 지난 11일 밤 이승엽의 아버지 이춘광씨는 기자에게 "미국측 에이전트인 존 김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에 따르면 이승엽이 평소 '돈을 적게 받더라도 빅리그에 진출한다'며 미국행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췄는데 존 김은 이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을 할때 돈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 이춘광씨는 "승엽이가 한국적 겸양으로 그렇게 말한 것 뿐인데 존 김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일본측 에이전트인 김기주씨는 이승엽의 말의 속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일본측과 협상을 벌여 일을 빨리 진척시켰다고 이씨는 강조했다.

이승엽이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본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승엽은 실력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했고 에이전트의 역량에 따라 좀 더 나은 몸값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측 에이전트인 SFX사가 이승엽이라는 상품을 포장하는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수원대 김종(스포츠경영학 박사) 교수는 "이승엽의 에이전트인 SFX는 미국에서도 몇 손가락안에 드는 큰 회사인데 이승엽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만으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끌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이 때문에 에이전트는 이승엽의 장타력 외에 관중 동원력, 한국내 인기도, TV 중계료 등 메이저리그 구단의 구매력을 협상카드로 내밀 필요가 있었다.

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파악하고 이승엽과 협의를 거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빅리그 문을 두드렸어야 했다는 것.

하지만 이번 경우는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몸값 흥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승엽의 미국 방문을 너무 일찍 추진하는 실수를 범했다.

반면 같은 SFX 소속인 일본의 마쓰이 가즈오는 일본에서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기다리다 천문학적 금액으로 뉴욕 메츠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영남대 전용배 박사(스포츠경영학)는 이승엽의 미국방문에 대해 "성급하게 협상에 임했고 스스로 초조함을 드러내 일을 그르쳤다"고 말했다.

또 TBC 최종문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물정에 너무 어두워 결국 저자세로 비치면서 전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프로야구도 에이전트제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미국이나 일본 진출을 추진할 선수들이 계속 나온다고 봤을 경우 협상력을 높이고 국내 프로야구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에이전트 제도의 조속한 정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에이전트 제도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자체가 대리인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 이와 관련 지난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KBO에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 나진규 사무국장은 "국내 프로야구는 에이전트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나설 수 없도록 되어있다"며 "프로축구의 경우 에이전트가 보장되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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