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품앗이.두레' 등 전통 상호부조제가 다시 등장하고 도시지역 주부들을 상대로 내년 농사일손을 미리 확보해두는 '인력 예약제'가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인력 예약제는 농산물가공공장 등 농촌지역에 위치한 제조업에서도 일손부족 해결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연초 가지치기에서부터 가을철 수확과 포장까지 연중 일정 정도의 일손이 필요한 과수농의 경우 고정적이고 안정된 일손확보 방법으로 이같은 인력예약제를 애용하고 있다.
또 농작업이 파종과 김매기 등 일정기간에 집중되는 고추.담배농들을 중심으로 이웃끼리 품앗이.두레같은 농사계(契)를 만들어 서로 돌아가며 일을 거들거나 친척들끼리 함께하는 전통적 일손돕기 방법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사과 주산지인 의성군 점곡.옥산면의 경우 70여농가가 매년 안동지역에서 일손을 구해 농사를 짓고 있으며 열매솎기와 봉지씌우기, 잎따기, 수확하기 등의 작업을 위해 농가마다 7∼10여명씩 이미 주부들을 예약해두고 있다.
이들 사과농들은 "과수농 규모가 3천평 이상이면 2, 3명의 가족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한 해 농사의 판가름이 일손확보 여부에 달렸을 정도로 일손 구하기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들 과수농들은 도시 주부를 대상으로 미리 일손을 확보하기 위해 일당 외에 풋고추나 배추 등 농산물을 덤으로 제공하면서 인심(?)을 얻는 데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성 옥산능금새마을금고 김치수(58) 이사장은 "사과농사 5천평을 지으면서 10년째 안동 주부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며 "이들이 없으면 농사를 포기할 정도여서 명절이나 김장철 등이면 사과.배추 등을 선물하면서 일손을 미리 예약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지역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는 매년 농사에 필요한 일손확보를 위해 의성.청송.예천지역의 농민들이 이사를 통해 생활터전을 잡고 평소 부녀회 등 이웃들과 친분을 가지는 등 적극적인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영양군 석보면 택전리 청림상황버섯 윤종철(40)대표는 오는 26일부터 내년 4월20일까지 4개월간 실시할 버섯 배양작업에 필요한 30여명의 일손을 하루 3만원에 영덕읍과 영덕 강구면 등지에서 미리 예약해두고 있다.
또 청기면에서 전통주 초화주를 생산하는 영양장생주 가공공장에서도 추석과 설날 일손확보를 위해 벌써부터 영양읍내 주부 10여명을 예약해두는 등 인력예약제가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안동.영양 등 고추.담배농들을 중심으로 4~7월까지 농번기에 이웃이나 친척들끼리 돌아가며 일손을 돕는 품앗이.두레 등이 다시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허물어져 가는 전통적 마을공동체와 상호부조가 새로 자리잡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
고추와 배추 등 5천여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김상호(47.안동시 길안면)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웃의 10여농가와 함께 품앗이로 부족한 일손을 해결했으며 내년에도 품앗이 농사를 할 계획이다.
김씨는 "갈수록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하고 임금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서로 일손으로 부조하는 품앗이야말로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농사를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같은 일회성 품앗이뿐 아니라 아예 일손 돕기와 함께 관혼상제 등 농촌사회 전반에 걸친 상호부조에 뜻을 둔 계(契)조직인 '두레'결성 움직임도 일고 있다.
안동시 풍천면 도양리 김종학(58)씨는 "이미 몇년전부터 이웃농가와 일손교환을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일손뿐 아니라 경조사에도 상호부조하는 두레계를 만들어 좀 더 확실한 일손확보와 이웃의 정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
장영화.이희대.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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